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오정근 지음
동아시아 발행ㆍ292쪽ㆍ1만6,000원
1916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질량을 가진 물질이 가속운동을 하게 되면 그 변화가 시공간의 일렁임으로 나타나고 결국 시공간을 변화시킨 에너지가 파동처럼 전파된다고 예측했다. 이 에너지가 중력파인데, 거리에 반비례하고 질량에 비례한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질이 중력파를 발생하고 있지만, 처녀자리 성단 근처 중성자별 쌍성이 반경 1㎞에서 공회전하다 병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중력파도 10의 -21승, “태양 정도의 물질이 수소원자 반지름만큼 움직이는”정도로 작아 실체 증명이 과학계 난제 중 난제로 남았다.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중력파 검출 발표 기자회견이 과학계의 혁명인 이유이자, 그래서 전 세계로 생중계된 이유다.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은 중력파를 찾느라고 분투해온 과학계 100년의 역사를 통해 대중의 눈높이에서 중력파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저자인 오정근 박사는 이번에 중력파 검출 소식을 발표한 라이고(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기) 과학협력단의 멤버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려는 도전은 미국 메릴랜드대 조지프 웨버(1919∼2000)에 의해 시작됐다. 1969년 중력파가 지나갈 때 일어날 미세한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원통 모양 장치인 ‘웨버 바’가 만들어진 이래, 세계 유수의 실험실에서 수백㎏ 내지 수 톤 무게의 유사 장치들이 만들어졌다. 신호 검출이 발표되고 검증과 반박이 뒤따르는 과정이 혼란스럽게 반복됐다. 실험 장치 내부와 주변에 생기는 미세한 잡음은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스티븐 호킹, 킵 손 등도 중력파 검출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라이고 프로젝트는 1990년대 건설, 2000년대 가동됐다. 중력파는 시공간의 미세한 변화, 즉 시간과 공간 간격이 진동하면서 변화를 일으키고 중력파 효과는 두 점 사이의 거리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중력파 검출기는 중력파가 지나갈 때 나타나는 두 점 사이의 미세한 길이 변화를 측정하도록 고안됐다. 한 변의 길이가 4㎞로 된 L자 모양 장비인 라이고를 두 개 만들어 하나는 미국 워싱턴주에, 다른 하나는 루이지애나주에 설치했다.
가장 큰 골칫거리인 ‘미세한 잡음’을 줄이는 게 관건이었다. 라이고의 목표 민감도는 10의 ?21승에 도달하는 것. 라이고 검출기는 업그레이드를 거듭했고 2015년 9월 14일은 어드밴스드 라이고의 공식 가동이 예정된 날, 놀랍도록 깨끗하고 명확한 강도를 가진 중력파 신호가 검출됐다. 13억 광년 전에서 날아온 이번 중력파가 라이고에 일으킨 길이 변화는 4×10의 -16㎠, 즉 4㎞ 막대기가 1경분의 4㎝ 가량 늘거나 줄어든 것. 저자는 “지구에서 6,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성단에 사는 한 외계인의 머리칼이 흔들리는 모습을 지구에서 감지한 것”에 비유했다.
이 관측을 통해 인류는 도대체 뭘 얻을 수 있는 걸까. 발견 당시 무용했던 전자기파가 무선통신기술을 이끈 것처럼, 양자역학이 컴퓨터와 스마트폰 문화를 이끈 것처럼 당장 중력파 검출이 어떤 변화를 만들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인류가 우주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다. “중력파가 이용되는 새로운 천문학은 전파의 영역이 미치지 못하는 우주 초기나 강한 중력의 환경에서 발생하는 물리학과 천문학에 유용하고 방대한 데이터들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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