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까지 입력 사항 많고 증권계좌 있어야
인터넷 익스플로러 이용해야만 가능
944명 15억 투자 9개 기업 80% 모금 성과
다수의 투자자에게 ‘십시일반’ 자금을 조달, 신생기업 지분에 투자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25일로 시행 한 달을 맞았다. 이 기간 9개 기업이 자금 모집에 성공했고, 투자자도 900명이 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초반 열풍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집 금액이 줄어들고 있고, 수익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엔젤(천사) 펀드’처럼 든든한 후원자가 되려고 해도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은 크라우드펀딩 제도 정착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10년차 개미도 벅찬 투자 과정
25일 주식투자 경험 10년 차인 기자가 직접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나서봤다. 맨 먼저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에 가입하는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 이메일주소를 아이디로 하고 패스워드, 이름, 연락처, 주소 등 간단한 인적사항을 넣으니 가입이 됐다.
투자기업을 골라 5주만 투자해 보기로 했다. 기업을 선택해 ‘투자하기’를 누르니, 투자 한도는 200만원까지라는 설명과 함께 미리 등록한 이메일 주소로 ‘투자내역 동의 메일’이 발송됐다고 알려준다. 이메일을 확인하니 기자가 투자하려는 기업의 주식 청약신청 내용이 담겨있다. 청약신청 주식수와 함께 투자위험 주지 및 고지 등 특이사항에 더해 ‘주식 배정 예상일은 모집종료일(26일) 이후 12일 이내’라는 안내가 나왔다. 이를 읽고 메일 끝의 ‘청약 신청하기’를 눌렀지만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았다. 기자가 사용하는 구글 크롬에서는 지원되지 않았던 것이다. 익스플로러로 옮겨 이메일을 열어 청약 신청하기를 다시 눌러야 했다.
이후 과정은 은행 온라인송금과 비슷했지만 조금 더 복잡하다. 실시간 이체하기를 눌렀더니 인터넷결제서비스(금융결제원의 ‘뱅크페이’) 창이 떠 은행 송금을 눌렀다. 1만원 투자에 수수료 200원이 더해졌고, 보안수단 확인 화면이 나왔다. 보안카드나 일회용비밀번호(OTP) 생성기 중 하나를 선택해 보안확인을 해야 했다. 소지하고 있던 OTP생성기 뒷면 일련번호 중 뒤 네자리를 입력했다. 이후에도 다시 비밀번호를 생성해 6자리를 입력하라는 주문이 떴고, 이행하자 공인인증서 암호를 누르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그 후에야 송금이 됐다.
송금이 끝이 아니었다. 다시 중개업체 홈페이지의 ‘마이페이지’에 본인 실명의 증권계좌를 등록하고 주민등록증 등 본인인증도 거쳐야 했다. 증권계좌 없이는 투자가 불가능해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될 소지가 다분했다.
시행 한 달, ‘절반의 성공’ 평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법적 최소기준인 80% 이상 자금 모집에 성공한 기업은 참가 업체 32개 가운데 30% 수준인 9개. 100%를 넘긴 업체도 7개나 된다. 한 달 간 944명이 총 14억8,000만원을 투자했다. 1인당 투자액이 157만원 가량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통 펀딩에 30일 정도 소요되는데, 조기 달성 기업들이 나타나고 청약금액도 꾸준히 늘고 있어 초반 정착이 잘 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뜨거웠던 초반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시행 첫날인 지난달 25일 친환경 해양바이오 업체인 마린테크노가 하루 만에 목표금액 7,000만원을 달성한 것을 비롯, 이튿날 쉐어잡(구직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신선(재생아스팔트 제조), 디파츠(수입 자동차부품 직거래) 등이 3억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렇게 첫 이틀 간 4개 업체의 자금유치가 성공했지만, 이후 4주간 자금 조달 업체는 5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자금유치 성공 기업 가운데는 기관투자자 한 곳이 목표금액(5,000만원) 모두를 채운 곳도 있을 만큼 투자 성과엔 편차도 크다. 과거 유명세를 타고 관심을 모았던 싸이월드는 유치기간 30일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목표금액(5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6,000만원대에 머물고 있고 시행 첫날부터 자금유치에 나섰지만 아직 한 푼도 투자 받지 못한 기업도 있다.
시장에선 시행 초기 성공들도 미리 준비된 기업이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크라우드펀딩 전문가는 “정책적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할 기업을 확보해 시작한 듯한 인상도 받는다”며 “무엇보다 참여 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기 투자자들의 투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인기가 급격히 식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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