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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어디서나 1시간... 100년 신비 간직한 폐광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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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어디서나 1시간... 100년 신비 간직한 폐광의 변신

입력
2016.0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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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인 1912년 일본인에 의해 황금광산으로 개발된 경기 광명시 가학산‘광명동굴(옛 시흥동광산ㆍ始興銅鑛山)’. 일제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던 이곳이 60년 만인 1972년 문 닫던 날, 어디선가 전설의 황금박쥐가 날아와 둥지를 틀었고 인근 안터 저수지에서는 금개구리가 유난히 울었다고 한다.

제국주의 자원침탈의 현장이 마침표를 찍는 그날, 지난 날의 아픔을 회상하는 통탄이었을까?

일제시대 광명동굴은 일본의 수탈에 땅을 잃고 떠도는 농민들과 강제징용을 피하기 위해 광산 노동을 선택한 500여명이 동원돼 광물을 채굴하던 갱도였다. 우리 노동자들이 땅 속을 뚫고 캐낸 금과 은, 아연, 구리는 1931년까지 고스란히 일본에 보내져 대동아전쟁의 무기로 만들어 졌다.

해방 후엔 수도권 최대의 금속광산으로 1950~60년대 경제건설의 심장역할을 했다. 1955년부터 17년여 간 채굴된 양만 금 53kg, 은 6,070kg, 동 1,247톤, 아연 3,637톤에 이른다. 하지만 폐광되고 나선 모두에게 잊혀진 어둠의 땅으로 숨죽여 지냈다. 연중 섭씨 12도의 온도가 유지되는 탓에 인천 소래포구 어부들이 채취한 새우젓 3,000여 드럼통(250kg기준)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는 게 고작이었다.

이런 광명동굴에 다시 빛이 들어온 건 폐광 40여년 만인 지난 2011년이다. 광명시가 290여억원을 들여 동굴테마파크로 본격적인 개발을 추진, 문화예술이 깃든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광명동굴 판타지관에 설치된 용 조형물을 관람객들이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다. 41m 길이에 무게만 800㎏인 용 조형물은 뉴질랜드 현지에서 3개월 동안 제작해 지난해 10월 항공기로 공수해왔다. 용 조형물은 영화 ‘반지의 제왕’과 ‘킹콩’ 등을 만든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이 제작했다.
광명동굴 판타지관에 설치된 용 조형물을 관람객들이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다. 41m 길이에 무게만 800㎏인 용 조형물은 뉴질랜드 현지에서 3개월 동안 제작해 지난해 10월 항공기로 공수해왔다. 용 조형물은 영화 ‘반지의 제왕’과 ‘킹콩’ 등을 만든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이 제작했다.

100년을 머금은 ‘광명동굴’

“좀 춥지만, 정말 화려하고 신비로워요.”

25일 광명동굴 안에서 만난 대만 관광객 이인황(20ㆍ여)씨는 연신 탄성을 질러댔다. 여동생, 친구들과 한국 나들이에 나섰다는 그는 광명동굴을 사진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평일인데도 이날 광명동굴에는 국내외 관광객 300여명이 찾았다고 광명시는 전했다.

광명동굴은 2011년 8월 개방된 이후 무려 4년여 동안 벌써 200만여 명이 찾은 명소가 됐다. 이 가운데 절반인 100만여 명은 어린이 1,000원, 성인 4,000원으로 유료화한 지난해 4월 이후 관람객이다.

광명동굴의 인기 비결은 수도권 전역에서 1시간 이내 도착할 수 있는데다 동굴의 매력은 물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서라는 게 광명시의 분석이다.

LED 빛의 세계, 동굴예술의 전당, 홀로그램 공연, 동굴 아쿠아 월드 등 화려한 볼거리가 풍성해 찾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황금 길과 소망의 벽, 황금폭포, 황금궁전, 황금의 방 등은 특히 중화권 관광객에게 호응이 높다. 동굴 지하세계와 동굴의 제왕 ‘용’ 조형물, 동굴 내부에서 나오는 천연 1급수를 맞볼 수 있는 광부샘물, 194m의 와인동굴 등도 광명동굴 만의 자랑거리다.

동굴 내부뿐 아니라 밖에도 체험 거리가 풍성하다. 모래 속에 담겨 있는 황금과 은을 사금채취 장비로 채취하고 자수정, 황철석, 규석, 에메랄드, 루비 등 12여종의 다양한 보석 광물을 채광도구를 이용하여 채광할 수도 있다. 또 광부들이 사용하던 모자를 만들고 여름에는 동굴 물길을 따라 물놀이도 가능하다.

내달 27일에는 동굴 내에 특설링을 설치,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슈퍼페더급 챔피언 최현미의 3차 타이틀 방어전을 치른다.

광명동굴 내 빛의 공간을 관람객들이 걷고 있다.
광명동굴 내 빛의 공간을 관람객들이 걷고 있다.

광명동굴 변신은 쭉~

내년에는 광명동굴에 일제 수탈의 역사를 알리는 근대문화역사관도 들어선다. 동굴 안에는 다채로운 미디어 영상을 보여주는 ‘미디어 아트텍’이 꾸며진다.

광명시는 이달 초 ‘광명동굴 글로벌 추진단’을 구성하고 이런 내용의 ‘광명동굴 세계로 비상하다’ 프로젝트를 150억원을 들여 추진하기로 했다.

계획에 따르면 시는 선광장을 복원하고 ‘미디어 아트텍’을 조성한다. 일제의 수탈 역사를 재현한 ‘근대문화역사관’도 만든다. 시는 광명동굴 앞 캐릭터(아이샤) 숲에 이미 시민 성금으로 세운 ‘위안부 소녀상’과 함께 역사 체험현장으로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많은 인파에도 불편이 없도록 관람동선도 개선하기로 했다.

사업비로는 지난해 10월 경기도가 주최한 ‘넥스트경기 창조오디션’에 참가해 따낸 상금 100억원과 국비 5억 원, 시비 45억 원이 쓰인다.

광명에 동굴만 있다고? “NO”

KTX광명역을 중심으로 1km 이내에 이케아,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코스트코 등 쇼핑몰이 자리한 KTX 광명역세권은 수도권 남부의 쇼핑 메카다. 걸어서 15분이면 명품과 가구, 생필품 등의 쇼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업사이클을 주제로 가학로 자원회수시설 내에 만들어진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02-2680-6952)도 눈길을 끈다. 재활용과 재탄생, 나눔을 실천하는 굿아트(Good Artㆍ착한예술)를 지향한다.

축구장 10배 규모의 광명 스피돔(총면적 7만5,444㎡)은 명실상부 자전거문화의 메카다. 경륜선수의 헬멧을 형상화한 모던한 느낌의 비대칭 원형구조의 외관은 UFO를 연상시킨다.

봄이면 산철쭉, 연산홍, 자산홍, 백철쭉이 만발하는 도덕산에서는 캠핑도 즐길 수 있다. 캠핑장(02-899-8030ㆍcamp.gm.go.kr)은 해발 183m의 도덕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 도심 속 힐링 공간이다.

국내 최초 자동차 공장인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02-801-3408ㆍpr.kia.com)은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견학을 신청하면 연간 프라이드, K9, 카니발 등 35만여 대를 생산하는 공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드넓은 공간에 사람이 아닌 기계들이 차를 조립하는 흡사 공상과학(SF) 영화 같은 한 장면을 보고 싶다면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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