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이후 전략 짜기에 바빠졌다. 52년 만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테러방지법에의 문제점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23일 시작한 필리버스터를 언제까지 이어갈지가 고민인 것이다.
더민주는 공식적으로 선거구 획정안과 관계 없이 필리버스터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의 숙원 사업인 무차별 감청을 확대하는 방안은 죽어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이것은 목숨을 건 저의 결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리버스터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예상 밖으로 뜨거운 데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겠다는 의원들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성공한 만큼 필리버스터 이후를 치밀하게 계획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여론의 관심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내버려 둘 수만도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법안을 연계처리하려는 새누리당에 맞서 선거구 획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이 더민주이기 때문에 필리버스터를 이유로 선거구 획정을 미룬다면 여론의 역풍이 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테러방지법안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선에서 야당이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마침 정의화 국회의장이 ‘법안 일부 내용의 수정 여부를 놓고 협상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여야에 던져 협상 판이 다시 돌아갈 여지도 생겼다. 물론 국회의장실은 “공식적인 중재안이 아니다”는 입장이고 새누리당은 여전히 “추가 협상은 없다”고 버티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여야가 접촉할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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