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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군데 가지 맞닿은 연리지 이식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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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군데 가지 맞닿은 연리지 이식 대장정

입력
2016.02.2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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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전 뿌리공원에 옮겨진 연리지. 왼쪽부터 권용집 기증자와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대전 중구 제공/2016-02-25(한국일보)
25일 대전 뿌리공원에 옮겨진 연리지. 왼쪽부터 권용집 기증자와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대전 중구 제공/2016-02-25(한국일보)

“우리 사랑 영원히 변치않기를…

죽어서도 연리지가 되는거야.”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생긴 연리지.

그래서 남녀간의 사랑이나 짙은 부부애를 상징하는 귀한 나무로 손꼽힌다.

이 연리지 한 그루가 이틀간 대전 도심을 뒤흔들었다.

대전 중구가 수령 80년된 느티나무 연리지를 효테마파크인 뿌리공원에 이식하는 대역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기증자인 권용집(65ㆍ서구 우명동)씨 집에서 뿌리공원까지 연리지를 18km 떨어진 곳으로 이식하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전개됐다. 높이 8m, 무게 13톤짜리 한 그루를 옮기기 위해 대형 크레인을 비롯해 트럭과 굴삭기 등 온갖 중장비가 동원됐다. 뜻밖의 고비를 맞으면서 탄성과 한숨도 수없이 쏟아졌다.

중구 공무원을 주축으로 짜인 작업팀은 24일 오전 10시부터 우명동에서 연리지 이식에 나섰다. 주변 폐가 등 장애물부터 제거하느라 반나절 이상을 허비 한 뒤 준비한 8.5톤 트럭에 연리지를 실었다. 노폭이 3m에 불과한 농로 200m를 통과하는데 장장 3시간이 걸렸다. 하중으로 짓눌린 트럭이 주변에 늘어진 전선 등 장애물을 헤어나지못해 포크레인으로 앞 뒤에서 끌고 미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대전 서구 우명동에서 연리지를 실은 트럭이 비좁은 길을 빠져나가지 못해 멈춰섰다. 대전 중구 제공 /2016-02-25(한국일보)
대전 서구 우명동에서 연리지를 실은 트럭이 비좁은 길을 빠져나가지 못해 멈춰섰다. 대전 중구 제공 /2016-02-25(한국일보)

오후 5시가 넘어 대로변 진출에 성공했지만 퇴근 무렵과 맞닥뜨렸다. 작업팀은 새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밤을 지샜다. 이튿날 새벽 4시, 연리지를 실은 트럭은 30여분을 달려 뿌리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공원의 비좁은 진입로 양 쪽 옹벽이 다시 걸림돌로 등장했다. 오전 8시쯤 50톤짜리 크레인을 동원해 진입로 통과 작전이 수행됐다. 크레인으로 연리지를 들어 옮기는 작업에만 1시간 30분을 소비했다. 새 둥지를 마련하기 위한 터파기 작업을 마친 뒤 오전 10시 30분 마침내 이식에 성공했다. 수분 공급과 전지 작업 등 마무리 공사는 이 날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이식 작업을 이끈 중구 최재헌 계장은 “지난해부터 옆으로 퍼진 뿌리를 끊어주고, 병해충과 동해 예방을 위해 공을 들인 기간이 1년을 헤아린다”며 “앞으로 2년간 더욱 정성을 다하면 연리지가 제대로 활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리지는 맞닿아 연이어진 가지가 다섯군데나 되는 희귀목이다. 산림청에서 1억이 넘는 거액을 들여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중구는 이 연리지가 자리한 공원 내 잔디광장을 야외결혼식장으로 활용키로 했다. 부부의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희귀목을 배경 삼아 가족애를 북돋는 명소로 단장할 계획이다.

박용갑 구청장은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이 희귀목을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산림청 헬기 지원까지 검토했지만 하중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며 “세대를 뛰어넘어 충효 정신을 되새기는 명소인 뿌리공원에 부부간의 사랑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명물이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복기자 cj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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