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개봉한 영화 ‘유스’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전작인 ‘그레이트 뷰티’처럼 영화 중간에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을 배치시킨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연주되는 ‘심플 송’은 작품의 전체적인 메시지가 응축된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만나 감동을 선사했다.
이 곡이 88회 아카데미상 주제가 부문 후보에 오르며, 극중 ‘소프라노 조수미’로 출연해 이 곡을 부른 조수미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28일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다. 기대한 시상식 공연은 무산됐지만 조수미는 최근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영화 시상식에서 클래식곡이 연주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유스’ 주제가를 부를 뿐만 아니라 직접 출연도 한다. 참여한 계기는.
“출연 제의를 받고 시나리오를 먼저 보고 싶다고 했다. 읽자마자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수락했다. 감독의 전작 ‘그레이트 뷰티’를 보고 언젠가 꼭 함께 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막연히 했고, 영화 전체적인 이야기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마지막 장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으니까 안 할 수가 없었다.”
-녹음은 얼마나 걸렸나.
“녹음 당일 악보를 받아 연습을 충분히 할 수가 없었다. 인생에서 갑작스럽게 주어진 상황에서 잘 해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이번에 녹음한 영화 OST는 작곡가가 계획시점부터 저를 노래 부를 사람으로 정해서 썼다. 녹음 과정에 작곡가, 감독이 모두 참여해 자신들이 원하는 걸 모두 충족시킬 때까지 반복 녹음했다.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만족하는 녹음이 됐다고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과 영화 OST 녹음은 어떤 차이가 있나.
“녹음을 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점은 거의 없지만 음악이 표현하고자 하는 목적이 조금 다르다. 클래식 음악을 노래할 때는 작곡가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작곡된 당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느낌을 살리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OST 작업은 단지 듣는 것만이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고려해서, 그러니까 각 장면에 적합하게 불러야 한다.”
-‘유스’ 출연은 어땠나.
“처음 영화에 출연해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감독이 여러모로 배려해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일단 영화 OST를 먼저 녹음한 것부터 그렇다. (내가 등장하는 건)노래 부르는 장면인데, 촬영은 화장이나 의상 같은 보여지는 요소가 많아서 (녹음할 때보다)음악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적은 편이라 먼저 녹음을 하고 촬영하는 게 유리하다. 녹음 과정에서 노래 가사를 숙지하기 때문에 입 모양 잡기도 유리했고.”
-클래식 음악가가 영화 OST 작업할 때 장점은 뭔가.
“콕 집어 클래식 음악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작곡가 의도를 빨리 이해하고 짧은 시간 안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클래식을 공부하면 악보 이해를 빨리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많은 연주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모여 짧은 시간에 연주할 수 있는 비결이 여기 있다.”
-다른 영화 OST 작업에 생각은.
“우선 악보와 음원을 받아보고 결정하는데, 좋은 작품은 바로 귀에 들어온다. 그런 작품은 언제든지 할 생각이 있다. 작품에 예술성과 진정성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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