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획정안이 최종 결정되면 도 전체를 소수의 국회의원이 대표하는 현상이 불가피해진다. 인구 기준에 따라 인위적으로 농어촌 지역구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각 주마다 2명의 상원의원을 뽑는 미국과 같은 모습이 의도치 않게 연출된다는 얘기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판 상원 의원이 나올 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도 전체 면적이 1만1,091㎢인 강원도다. 현재도 도 면적의 약 3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군이 한 지역구로 묶여 있는데, 여야 획정안은 고성군까지 이 지역구에 추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한 지역구 면적만 4,804㎢로 전체 도의 43.31%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현 평창ㆍ정선ㆍ영월군이 묶인 지역구에 횡성군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합쳐질 경우 이 지역구도 4,807㎢로 전체 도 면적의 43.34%를 한 국회의원이 대표하게 된다. 도의 86.6%를 두 국회의원이 대표하면서 사실상 한국판 상원의원이 되는 셈이다.
나머지 농어촌 지역구 상황도 다르지 않다. 경상남도(1만522㎢)의 경우, 거창ㆍ함양ㆍ산청ㆍ합천군과 의령ㆍ함안ㆍ창년ㆍ밀양군이 각각 하나의 지역구로 묶이는 안이 유력하다. 두 지역구 면적은 각각 3,305㎢, 2,194㎢로, 합치면 도의 52.2%를 차지하는 규모다. 전라북도(8,061㎢) 역시 경남과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유력한 획정안이 전북은 무주ㆍ진안ㆍ장수ㆍ완주군과, 남원ㆍ순창ㆍ임실군을 각각 한 지역구로 묶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두 지역구 역시 각각 2,773㎢, 1,792㎢의 면적으로, 전체 도의 56.6%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충청북도(7,431㎢)는 보은ㆍ옥천ㆍ영동ㆍ괴산군, 충청남도(8,598㎢)는 공주시ㆍ청양ㆍ부여군이라는 거대 선거구가 생길 공산이 크다. 이 두 지역구는 각각 도의 37.7%, 23.7%에 해당되는 면적이다. 경상북도(1만9,027㎢)에서도 의성ㆍ군위ㆍ청송군ㆍ상주시로 이뤄진 거대 지역구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구 면적은 3,885㎢로 전체 도의 20.4%를 차지한다.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이들 지역에서 나올 9명의 의원은 ‘한국판 상원 의원’이 될 공산이 큰 셈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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