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축구대표팀/사진=KFA 제공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두 감독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와 신태용(46)은 대표팀에 승선하기 위한 최우선 조건으로 '소속팀 주전론'을 틈만 나면 언급하고 있다. 소속팀에서 살아남아 경기를 꾸준히 뛰어야만 추후 대표팀에 합류해서도 그 경기력을 그대로 살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보면 소속팀 주전은 한국축구의 미래와도 연결된 일이다. 요즘 축구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어린 축구 유망주들의 조기 해외진출 문제와 연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문선 명지대학교 교수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고 안 뛰고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신체적으로 그러니까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전술적 운용 능력에서 급격히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서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 때 연습을 하더라도 경기에 들어가면 신체적으로 오는 부하량이나 그런 게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며 "연습이랑 시합은 실제로 다르다. 기술적인 면도 마찬가지다. 전술 수행 능력도 떨어지게 되고 우리가 경기 감각이 떨어진다고 얘기하는데 신태용이나 슈틸리케뿐만 아니고 모든 전문가들이 똑같은 얘기할 것이다. 시즌 중이라 출전 안 하더라도 연습은 하겠지만 출전 못하고 벤치에만 앉아있다 대표팀 가서 경기하면 경기력이 100이라고 할 때 7~80도 제대로 발휘 못하는 거다. 그런 우려에서 자꾸 얘기를 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대표팀 선발기준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80년대 리그제 도입으로 봤다. 그는 "선수 선발을 할 때 옛날 과거 70~80년대에는 한번 대표팀에 뽑히면 10년 이상씩 해먹었다. 해외 진출 선수가 거의 없어 나머지는 국내에서 하는데 리그가 없다 보니 춘계대회하고 몇 달 있다가 대통령배하고 또 몇 달 후 가을에 가서 선수권대회 있고 대회 끝나면 놀다가 훈련했다. 그러니까 월드컵을 32년간 나가지 못했던 것"이라고 되짚었다.
급격한 변화는 리그제가 시작된 80년대부터다. 신 교수는 "82년도 슈퍼리그가 시작되고 프로리그가 열리면서 한국의 경기력이 급상승해서 32년간 월드컵에 나갔다. 과거에는 리그경기가 아니니까 대표선수로 뽑히면 그냥 붙박이로 있었는데 지금은 대표팀에 가용폭이나 가용성에서 절대적인 기준은 안 따르겠지만 경기 출전을 우선시할 수 있게 됐다. K리그 J리그 및 유럽 리그도 마찬가지고 그 리그에서 경기를 소화하느냐 아니냐는 중요한 의미다.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어떤 리그에서든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선 자기가 소속돼 있는 팀에서 주전으로 뜀으로 인해서 그것이 대표팀 선발에 대한 자극이 되고 기준이 될 수 있는 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더 넓게는 대표팀 감독들이 소속팀 주전을 거듭 강조하는 게 축구 꿈나무들을 지키고 육성하는 차원에서 대한민국 전체 축구에 바람직한 일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에이전트는 돈을 벌려고 하고 선수는 유명한 팀에서 뛰려고 하다 보니 해외로 가게 되는데 갔다가 못 뛰게 되면 선수도 망가지고 대한민국 축구에도 손실"이라며 "최근 들어서 대표로 뛰었던 청소년 선수들과 주니어 선수들이 일본으로 많이 진출한다. 잘못 가서 그냥 망가지는 선수들 엄청나게 많다"고 걱정했다. 또 "어떻게 보면 자기 처지에 맞는 팀을 선택해서 지속적으로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를 발판 삼아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통해서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고 또 그것이 더 좋은 도약의 계기가 된다. 그런데 무작정 외국 나가서 벤치에만 앉아있게 되면 그때는 심각해지는 것이다.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주고 모두의 손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측면에서 주전론에 의거한 대표팀의 확고한 선수선발 원칙은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축구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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