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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통의 힘

입력
2016.02.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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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부족은 인간의 천성 때문일지 모른다. 성악설도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이기심이나 공격성향에 근거한 주장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외친 토머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인생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사악하다”고 했다. 자기중심적 인간 본성에 주목한 것이다. 고전경제학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동체 전체가 최선의 이익을 찾아갈 것이지만, 그 손을 움직이는 것은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심이라고 보았다.

▦ 한국사회가 특히 소통에 서툰 것은 이런 본성에 더해 너와 나의 차이를 인정할 줄 모르는 경직된 사회분위기 탓이 크다. 오랜 권위주의 치하에서 ‘일치단결’ ‘무조건 애국’만을 강요 받았으니 생각이 다른 타인을 받아들일 여유가 생길 리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 쓰는 “참 나쁘다” “속았다” 등의 단정적 표현도 좀처럼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의 결과다. 박 대통령의 어법에 대해 ‘유체이탈’이니 ‘신비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공감 부족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 사실 소통이란 공감의 다른 표현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종의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을 자신의 행동으로 연결할 줄 아는 자가 소통에 능한 사람이다. 미국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은 여성 지도자에 부정적인 유권자들에게 “내 캠페인에 참여해 본 뒤에 판단하라”면서 “나는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나왔다”고 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껴안는 포용의 메시지다. 박 대통령의 단정화법이라면 어떤 표현일까. ‘당신이 틀렸다’?

▦ 얼마 전 콸라룸푸르에서 만난 동화기업 말레이시아 생산법인 이시준 대표의 말이 새롭다. “소통 말고는 딱히…. 존중과 스킨십이죠.” 2013년 180억원에 달했던 적자를 2014년 말 대표로 부임하자마자 단숨에 월평균 20억원 이상의 흑자로 탈바꿈시킨 비결에 대한 대답이다. 학력도 낮고 성실하지도 않은 말레이 계 현지 직원과도 매달 경영정보와 매출현황을 공유하다 보니 저절로 신뢰가 쌓이고 성과로 이어지더라는 것이다. 직원들로서는 무시 대상에서 동등한 대화 상대로 대우하는 경영진에 무한감동을 느꼈을 만하다. 소통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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