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밴드 리플렉스는 독특한 방식으로 앨범을 만들었다. 공연에서 미발표곡을 연주한 뒤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곡을 다듬어 앨범에 실어서다. 앨범을 발매한 뒤 신곡을 방송이나 공연에서 선보이는 일반적인 방식과 정반대로 앨범을 제작한 것이다. 지난 19일 발매된 데뷔 앨범 ‘렛츠 번’에 실린 타이틀곡 ‘까맣게’를 비롯해 수록곡 10곡 중 6곡이 이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리플렉스가 지난 2012년 팀 결성 후 3년 동안 300회 이상의 공연을 하며 관객들과 만든 결과물인 셈이다. 최근 한국일보를 찾은 리플렉스는 “곡에 대한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관객들의 반응이 곡을 만든 우리 생각과 다를 때, 관객의 반응을 고려해 멜로디 전개 방식의 수정을 거쳐 내 놓는 거죠. 신곡에 대한 신비주의요? 에이, 요즘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리플렉스 보컬 조규현)
앨범 작업 방식만큼 밴드의 색깔도 독특하다. 리플렉스의 음악은 록밴드의 강렬한 기타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시원함에 흑인 음악 장르인 힙합 R&B의 감미로움이 동시에 묻어난다. 힙합 R&B 장르에 어울릴 법한 보컬인 조규현의 얇은 목소리는 다른 록밴드와 차별화되는 리플렉스만의 개성 중 하나다. 가수 김범수가 지난해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7’에서 조규현의 목소리를 두고 래퍼 자이언티를 떠올렸을 정도다. 팀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홍석원은 “록 음악하면 두터운 목소리로 (소리를)내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데 꼭 그래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이 친구(조규현)라면 팝을 해도 블루스란 장르를 해도 어울리고 밴드 음악의 다양성을 살려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컬로 섭외했다”고 말했다.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공존하는 리플렉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곡이 새 앨범에 실린 ‘소년’이다. 가수 서태지의 음악이 연상될 정도로 여린 음색과 밴드 음악의 강렬함이 잘 버무려졌다. 그만큼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록 음반이란 뜻이다.
밴드를 하게 된 멤버들의 면면도 독특하다. 드럼을 치는 변형우는 어려서 꿈이 백댄서였다. 그는 “춤을 워낙 좋아해 춤꾼을 꿈꾸다 중학생 때 록음악을 처음 접한 뒤 방향을 바꿨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노래하는 조규현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인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에 이어 흑인 음악인으로는 최근 열린 미국 그래미어워즈에서 최다 후보(11개 부문)에 올라 화제가 된 래퍼 켄드릭 라마다. 조규현은 “중학생 때까지는 힙합이 음악 중 최고”라고 생각하다 밴드를 하던 삼촌의 영향을 받아 록음악으로 전향했단다.
베이스를 연주하는 변형우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이태원에서 작은 어묵집을 운영하다 문을 닫았다. 돈벌이를 위해서 한 일이긴 하지만 이들이 싫어하는 건 “가난한 홍대 밴드”란 선입견이다. 인디 밴드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충을 물으니 규현이 “꼭 그렇지 않다”며 긴 얘기를 풀었다.
“많은 사람들이 홍대에서 밴드를 하면 굶고 살거라 생각하는데 아녜요. 적지 않은 밴드들이 행사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어요. 저희도 유명하진 않지만 음악으로 먹고 살 정도는 되고, 그 시장은 형성돼 있다고 봐요. 20대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사장님이 제가 록 음악 하는 걸 알고 ‘넌 왜 머리 안 기르냐’ 고 물으셨는데, 그 때 ‘록밴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아 이렇게 옛 시간에 멈춰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리플렉스는 비주류의 음악을 하지만 관객들과 소통 방식에서는 더 밖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디밴드들 사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슈퍼스타K7’에 출연한 이유다. 이들은 “방송에 나가 배운 게 많다”고 입을 모았다. 드럼을 치는 신동연은 “방송을 보며 우리가 어떻게 연주를 하며 무대를 꾸리는지 알게 돼 우리의 공연 방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며 “특히 방송에 선보일 편곡 작업 등을 하면서 음악적으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첫 정규 앨범을 낸 리플렉스는 4월9일 홍익대 앞 브이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이들의 바람은 “밴드의 색깔을 앞으로 더 확실하게 보여줘 해외에서도 활동하는 것”이다. 당찬 래퍼의 피가 흐르는 록밴드 보컬 조규현은 “앞으로 배고프단 소리 안 하고 자가비행기 타면서 밴드도 해외 공연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농담 섞인 당찬 포부를 들려줬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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