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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글항아리의 도전 "어려운 논문 쉽게 풀어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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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글항아리의 도전 "어려운 논문 쉽게 풀어서 재구성"

입력
2016.02.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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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비평 사이트 ‘리뷰 아카이브’ 만드는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논문비평 사이트 ‘리뷰 아카이브’ 만드는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지난 몇 년간 책을 펴내는 과정에서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어요. 책은 죄다 번역서고, 저자들은 죄다 외국인들이에요. 출판 일을 시작할 때 우리 시각에서 우리 저자가 쓴 책들을 열심히 내자고 했는데, 이게 안 되는 거예요.”

논문 비평 사이트 ‘리뷰 아카이브’(www.bookpot.net)를 여는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23일 “국내 저자가 이렇게 없나, 불평만 하지 말고 열심히 찾아보자는 뜻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리뷰 아카이브의 모토는 ‘연결’이다. “논문 쓰느라 다른 글을 쓸 여력이 없다”는 전문가들과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글을 찾아보려 해도 너무 어려워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대중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다른 분야 학자간 연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전공의 세부화가 진행되면서 해당 분야 전문가라 해도 다른 분야에서는 대중과 다를 바 없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사전지식이 충분한 전문가들을 독자로 상정한 것이 논문이기 때문에 맥락과 의미만 풀어줘도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포인트는 일단 일반인들이 교양 수준에서 소화할 수 있는 대중적 접근에 둔다. 가령 이정철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원의 논문 ‘기축옥사 초기 전개 양상 재고’를 ‘기축옥사로 이익을 본 이는 누군가’라는 글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조선 선조 때 정여립 모반 사건으로 촉발된 기축옥사는 동서분당을 불러 일으킨 중요한 사건이다. 주모자인 정여립이 자살함에 따라 사건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그간 연구는 사림 내부 갈등에 초점을 뒀다. 그러나 이 논문은 기축옥사에 선조가 어떻게 개입했는가를 추적했다. 리뷰 아카이브는 이 점에 착안해 논문을 ‘역모 사건으로 가장 큰 이익을 누리는 자는 누군가’라는 추리물로 바꾼 것이다.

'리뷰 아카이브' 홈페이지.
'리뷰 아카이브' 홈페이지.

글항아리 편집위원 노만수ㆍ김택규에다 중문학자 이유진 등이 전반적 기획과 흐름을 잡으면 그 아래 문화기획자 이하나, 자유기고가 권성수, 문학평론가 이성혁 등 10여 명 필진이 글을 쓴다. 현재는 콘텐츠를 쌓아가면서 시범 운영 중이고, 3월 14일 정식 오픈한다. 분야는 인문ㆍ역사 뿐 아니라 정치ㆍ사회, 과학ㆍ공학, 기타 등 4가지이다.

시작은 대중화에 맞췄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문가 비평도 곁들일 예정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주요 콘텐츠에 대한 유료회원제 도입, 광고 유치 등을 통해 상업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도 다질 예정이다. 결의는 대단하다. “지금 출판사에서 낼 책이 200종이고, 100종 정도는 원고가 들어와 있어요. 이 정도면 앞으로 2, 3년간 낼 책은 확보된 겁니다. 그 동안 책 낸 수익으로 다른 책을 냈는데 당분간은 이 수익을 리뷰 아카이브에 쓸 생각입니다.”

책도 안 읽는다고 아우성치는 이 시대에 아무리 맛깔나게 포장한다 해도 논문에 대한 글을 읽을까. 당장 떠오르는 반문이다. 안 그래도 아내는 농반진반으로 “멀쩡한 출판사까지 망하게 하는 건 아니겠지”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출판사를 하던 지난 몇 년간 속으로 꼭꼭 품어왔던 꿈이다. “잘 쓴 논문에 관심이 쏠리고 화제가 되면 전문가들도 흥이 나고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어요. 전문가들이 가장 공들여 쓰는 게 다른 무엇보다도 바로 논문인데, 고작 몇 명만 돌려보고 마는 게 너무 아깝거든요.” 한마디 덧붙였다. “물론, 실력 있는 필자를 찾아서 우리 출판사의 탄탄한 국내 기획물도 늘려가야죠.”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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