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20년 만에 어머니를 만난 곳은 경찰서 유치장이었다. 그는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밖에 나가면 어머니를 모시고 열심히 살겠다”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A씨는 지난 19일 상습절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2014년 10월부터 지난 7일까지 부산지역 빈집 12곳에서 총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라고 경찰은 밝혔다.
피의자 의사에 따라 가족에게 알리는 체포통지 과정에서 A씨는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어머니에게 통보해달라”면서도 “어머니는 20년 전에 헤어져 행방은 모른다”고 말했다.
A씨가 말하는 사연은 이랬다. 친부모는 그가 11살 때 이혼했고, 이듬해 함께 살던 친부와 계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이후에도 그는 친모가 아닌 할머니와 살았다. 방황하던 A씨는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가출했다.
경찰에서 A씨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도 많았다. 그런데도 보고 싶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수소문 끝에 경북 경주시에서 식당 일을 하는 어머니 B(51)씨를 찾았다. B씨는 “친부가 사망한 뒤 데려오고 싶었지만 할머니와 함께 살게 돼 찾아올 수 없었다”며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오후 4시쯤 부산 사상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났다.
수사를 담당한 부산 북부경찰서 박모선 강력2팀장은 “어린 나이에 부모의 이혼과 죽음을 마주했고, 결과적으로 범행에 빠진 것 같아 안타깝다”며 “죗값을 치른 후에는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떳떳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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