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크 시티ㆍ사우스햄튼에게 홈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더니 1999년에 창단된 덴마크의 미트윌란에게 마저 패배했다. 루이스 판 할(65)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위닝 멘탈리티’를 실종시키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던 맨유는 어떤 상대를 만나건 이길 것 같은 인식을 심어준 데 반해 판 할 감독이 이끄는 현재의 맨유는 어떤 상대를 만나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팀으로 전락해버렸다. 작년 말부터 판 할 감독에 대한 경질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맨유의 감독석에는 판 할 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판 할 감독이 부진한 성적에도 해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20일 영국 텔레그라프는 판 할 감독이 해임되지 않는 7가지 이유를 소개했다.
1 그는 우드워드의 사람이다
판 할 감독이 맨유의 부회장인 에드 우드워드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맨유의 소유주인 글레이저 가문 역시 감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에드 우드워드의 선택을 신뢰하고 있다. 비록 판 할의 맨유가 26번의 프리미어리그에서 고작 11번만 승리했고, 하부리그를 포함한 잉글랜드 92개의 팀 중에서 가장 적은 홈경기 유효슈팅을 기록하고 있는 팀임에도 말이다.
맨유를 주의깊게 바라보는 몇몇 사람들은 어떻게 우드워드 부회장이 2013년 퍼거슨 은퇴 이후 2번의 막다른 길에 직면했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궁금해한다. 첫 번째 막다른 길은 부진했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시절이었고, 두 번째는 지금 판 할 감독의 맨유다. 기본적으로 판 할은 우드워드가 직접 감독으로 뽑은 인물이다. 그렇기에 판 할의 해고는 우드워드의 부회장으로서 결정에 즉각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 것이다.
우드워드는 맨유가 톱6 팀을 이기면 판 할에게 값비싼 와인들을 선물한다. 판 할은 “내가 톱 6 팀을 이기면 나는 언제든 값비싼 와인을 에드 우드워드로부터 선물 받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2 바비 찰튼 경은 무리뉴의 팬이 아니다
판 할의 대체자로는 조세 무리뉴가 가장 선호된다. 그는 첼시와 깊은 연관이 있음에도 팬들은 그가 감독직에 임명되길 바란다. 그리고 무리뉴 역시 맨유로 가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지금 이기고, 어떻게 될 지는 나중에 생각하자’라는 무리뉴의 스타일이 바비 찰튼 경의 생각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찰튼 경은 무리뉴의 스타일이 퍼거슨의 장기집권으로 형성된 맨유의 유산과는 반대되는 것을 걱정할 것이다. 일전에 퍼거슨이 무리뉴를 칭찬했다는 발언에 찰튼 경은 “그럼에도 퍼거슨은 무리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라고 되받아 치기도 했다.
3 ‘감독 긱스’는 시기상조다
판 할 체제의 2인자, 라이언 긱스는 언젠가 올드 트래포트의 감독석에 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퍼거슨이 아카데미 중심의 축구 방식을 배제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그 선택에 존중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이러한 방식이 맨유의 ‘높은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이라면, 퍼거슨의 철학에 영향을 받은 긱스가 명백한 선택지다. 그러나 긱스는 판 할 감독을 대체하기엔 너무 이르다. 그는 적어도 1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4 막대한 배상금
만약 판 할이 해임된다면 약 1,000만 파운드(약 175억원)의 배상금을 받는다. 추정치이긴 하지만 그 추정은 합리적인 편이다.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이 9개월 동안 첼시를 이끌다가 해임됐을 때 그는 1,200만 파운드(약 210억원)를 받았고 토트넘에서는 280만 파운드(약 49억원)를 받았다. 누군가를 해임하기 위해 1,000만 파운드를 지급하는 것은 맨유가 계획하고 있는 지출보다 더 많은 지출일 것이다.
5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만약 펩 과르디올라를 지금 선임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과르디올라라고 해도 부상병동 맨유를 잘 이끌 수 있을까? 다비드 데 헤아(무릎), 마테오 다르미안(어깨 탈구), 기예르모 바렐라(타박), 마르코스 로호(어깨 탈구), 카메론 보스윅-잭슨(질병), 루크 쇼(다리 골절), 필 존스(타박), 마루앙 펠라이니(햄스트링),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무릎), 안토니오 발렌시아(발목), 에슐리 영(사타구니), 아드난 야누자이(햄스트링), 그리고 웨인 루니(무릎)까지…
미트윌란을 상대하면서 판 할은 스무 살의 패트릭 맥네어를 수비진에 선발로 쓸 수 밖에 없었다. 또 리건 풀, 윌 킨, 제임스 웨어, 조 릴리라는 어린 선수들로 벤치를 구성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선수들이 건강한 상태에서 판 할이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다면? 이러한 가정과 함께 맨유는 판 할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6 주가
우드워드에 대한 신뢰 하락과 판 할의 계속되는 실패는 맨유의 주가를 급격하게 하락시키고 있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PLC는 뉴욕 주식 시장에서 14.50달러로 시작했지만 불과 수시간 내에 13.92달러로 하락한 바 있다. 고작 하루 만에 맨유의 총 가치가 2% 하락해, 약 8,200만달러(약 1,011억원)가 날아갔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맨유의 브랜드 가치가 여전히 막강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고, 만약 결과가 좋아진다면 모든 것이 다시 꽃피울 것이다.
주식 시장은 변덕스럽고 변수가 많은 곳이다. 판 할을 해임한다면 다음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강하할 것이다. 글레이저 가문이 과연 그런 재정적 위험을 떠안으려 할까?
7 벌써 2명의 감독을 해임시킨다고?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 판 할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있을 때, 맨유가 무리뉴에게 접근하자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해고 이후 우드워드가 또 한번 감독을 너무 빨리 해임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감독을 한 번 앉히면 오랫동안 지휘봉을 잡도록 허락해주는 맨유의 전통과 멀어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 이유로 판 할은 우드워드의 지지를 듬뿍 받으며 여전히 감독직에 있다. 우드워드는 자부심과 함께 자신이 옳고, 다른 모든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판 할이 취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와 같은 7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판 할에 대한 여론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전 퀸즈 파크 레인저스 감독이었던 해리 레드납은 21일 텔레그라프를 통해 “향후 경기와 관련 없이 판 할의 시간은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맨유는 23일 쉬루즈버리와 FA컵 16강 경기를 치르고, 26일 미트윌란과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을 앞두고 있다. 28일에는 아스날과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가 이어진다. 향후 3경기에서 맨유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를 했음에도 판 할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는다면, 판 할, 우드워드와 팬들 사이에는 극도의 긴장상태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박기수 인턴기자(한국외대 스페인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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