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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겉옷 벗는다고 성관계 허락한 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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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겉옷 벗는다고 성관계 허락한 거 아닙니다”

입력
2016.0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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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ㆍ선배 지위 이용한 성범죄

데이트폭력 등 사례 들어 주의 당부

“성인으로서 책임의식 갖는 계기”

한양대 정책과학대 신입생들이 외부 오리엔테이션에 가기 앞서 22일 오후 서울 한양대 법학관에서 성폭력예방교육을 듣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한양대 정책과학대 신입생들이 외부 오리엔테이션에 가기 앞서 22일 오후 서울 한양대 법학관에서 성폭력예방교육을 듣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상대방이 술을 먹고 몸을 가누지 못 해요. 그러다 더워서 겉옷을 하나 벗었어요. 이게 과연 성 관계를 허락한 행동일까요? 성범죄 사건을 조사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22일 오후 1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법학관 403호. 긴 수험생활을 끝내고 대학에 합격한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들뜬 표정의 정책과학대 신입생 140명이 짐을 한 가득 짊어지고 모였다. 2박 3일 간 경기 여주에서 있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장소로 출발하기 앞서 선배들과 함께 성폭력예방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강의를 맡은 서울경찰청 형사과 성폭력전문수사관인 박하연 경사가 실제 수사했던 사례를 예로 들며 대학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성범죄를 설명하자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곧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에 빠져들었다. 서울 모 대학 조교가 취업을 준비 중인 여대생에게 교수 추천서를 받아주겠다며 술을 같이 먹자고 유인, 강간한 사건이 소개되자 여기저기서 ‘아 어떡해’ ‘(조교가) 제 정신이 아니네’하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박 경사는 “대학 내 성범죄 중 많은 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이라며 “선후배 사이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술에 취한 행동이 성 관계를 허락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 강조됐다. 술이 빠지지 않는 신입생 OT를 앞두고 어쩌면 가장 절실한 내용이다. “여러분들도 오늘 술 드실 거죠?”라는 물은 박 경사는 “술을 마신 상황에서 벌어진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자기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친구가 이런 일로 고민하면 주변에서도 방관하지 말아야 해요”라고 언급했다.

최근 전화를 성의 없게 받았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감금ㆍ폭행한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생 사건 등 데이트폭력은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박 경사는 “경찰 내 데이트폭력 TF팀을 만들고 2주 만에 700건 가까이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40분간의 강의가 끝난 후 행정학과 신입생 김소연(19)씨는 “OT를 즐길 생각만 있었는데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고, 정책학과 신입생 최우현(19)씨는 “성범죄는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장민석(21) 정책과학대 학생회장은 “대학생활의 시작에 앞서 성인으로서 책임의식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강의를 지원한 여성가족부ㆍ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대학 신입생 OT를 활용한 성폭력예방교육을 지난해 3회에서 올해 71회(60개 대학)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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