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이 나라에서 독재자의 탄생을 좌절시켰다.”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56) 대통령이 4선 도전을 위한 헌법 개정안을 국민 투표에 부쳤지만 반대표가 우세하자 야당인 국민통합당 사무엘 메디나 의원이 21일(현지시간) 이렇게 선언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국민투표 결과를 전하며 장기집권을 노리던 모랄레스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고 보도했다. 볼리비아 선거관리 당국에 따르면 3% 정도 개표가 끝난 초반 반대표가 66%에 달했다. 현지 언론들은 반대 52.3%, 찬성 47.7%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좌파 정당인 사회주의 운동(MAS) 소속으로 2006년 당선된 모랄레스 대통령은 볼리비아 극빈층을 2005년 38.2%에서 2012년 21.6%로 감소시키고, 실업률을 5%대에서 3%대로 낮추며 경제 성장과 빈곤 퇴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2009년 재선했고 2014년에는 60%의 지지를 받으며 3선에 성공했다.
2020년 임기가 끝나는 모랄레스 대통령은 여세를 몰아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하는 개헌으로 집권 연장을 노렸다. 하지만 28세 연하의 연인 가브리엘라 사파타(28)와의 성 추문이 터지고, 가브리엘라가 이사로 재직중인 중국계 설계회사 CAMC가 최근 500만달러(약 62억원) 규모의 정부 발주 계약을 따낸 사실까지 폭로되면서 모랄레스의 발목을 잡았다.
모랄레스의 좌절은 최근 잇따른 중남미 좌파 정권의 위기와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오일 회사와의 유착 부패가 드러났고,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에서는 경제 침체로 우파 성향의 야당 지도자가 급부상하고 있다. 프랭클린 파레제 볼리비아 정치과학자는 “중남미에서 사회주의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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