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농구 KCC가 팀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데는 정상영(80) KCC 명예회장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정 명예회장은 친형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영향을 받아 농구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널리 알려진 대로 정주영 명예회장은 1999년 현대 농구단이 출전한 남북통일농구를 성사시켰고, 평양에 체육관도 지었다. 형의 뜻을 받은 정상영 명예회장은 현대 농구단이 자금난에 빠지자 2001년 KCC로 인수, ‘농구 명문’의 전통을 어어 나갔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건강상 경기장을 찾지는 못하지만 TV 중계로 KCC 경기뿐 아니라 다른 팀들의 경기도 챙겨볼 정도로 프로농구에 애정이 깊다. 프로농구의 인기 하락으로 KBL(한국농구연맹)이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 몰리자 선뜻 도움의 손길도 내밀었다.
KCC는 최근 2시즌 연속 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통산으로는 4시즌째다. KCC는 다음 시즌에도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KBL이 주최한 프로-아마 최강전과 아시아 프로농구 챔피언십에도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은 KCC 선수단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아픈 선수가 없는지 직접 일일이 확인하고, 선수들은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선수단 식사에도 신경을 쓴다. 앞에는 나서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선수들이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하는 스타일이다.
정 명예회장은 농구단 운영에 간섭하지 않고, 당장의 성적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우승은 5년에 한 번 정도만 해도 효과는 크다”고 말하고 했다. 공교롭게도 KCC는 2011년 챔피언 결정전 우승 후 하위권을 전전하다 이번 시즌 5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통합 우승을 노리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시즌 개막 전만 하더라도 다크호스 정도로 꼽혔을 뿐 우승 후보로 지목 받지 않았던 KCC는 기대 이상의 대반전을 이뤄냈다. 시즌 초반 국가대표 차출로 인한 김태술과 하승진의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예상 밖으로 5연승을 달리자 구단 수뇌부는 특별 수당을 지급해 선수단 사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추승균 KCC 감독은 “초반 고비를 잘 넘겨 1위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KCC는 통합 우승을 달성하면 두둑한 포상금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규리그 1위 상금으로 KBL로부터 1억 원을 받았고, 내달 19일 시작하는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우승하면 상금 2억원을 추가로 챙긴다. 2011년 챔프전 정상에 올랐을 때는 우승 상금 1억원 말고도 모기업에서 6억원을 보태 총 7억원을 풀었다. 올해에는 상금으로만 3억원을 확보할 수 있어 모기업 포상금까지 합치면 총액은 5년 전 금액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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