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 코커스에서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꺾은 데는 흑인들의 표심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N은 경선 당일 입구조사를 한 결과 민주당 소속 흑인 유권자 가운데 무려 76%가 클린턴을 지지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샌더스가 얻은 22%의 3.45배에 이른다.
힐러리 캠프 대변인인 브라이언 팰론은 언론에 “흑인 비중이 가장 높은 5개 선거구를 클린턴이 완전히 싹쓸이했다”고 말했다.
네바다에서 흑인 유권자의 비중은 13%에 불과하지만 흑인 표심을 가늠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꽤 크다. 당장 오는 2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민주당 유권자의 50% 이상이 흑인이다.
여기에 최대 승부처인 3월1일 ‘슈퍼화요일’ 경선에 포함된 앨라배마, 조지아, 아칸소, 텍사스, 버지니아 주 역시 흑인 유권자의 비중이 매우 크다. 샌더스의 돌풍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클린턴에게 흑인 유권자가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흑인 표심이 클린턴에 기운 이유는 오래 전부터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 옹호 정책을 펴 왔고, 민주당의 흑인 의원들 대다수가 힐러리를 공개 지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백인 표심’이 샌더스를 밀어준 데 대한 ‘반사적 대응’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네바다 코커스의 결과가 클린턴에게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클린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클린턴보다 샌더스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조사기관 에디슨 리서치가 히스패닉 유권자 213명을 대상으로 입구조사를 한 결과 샌더스는 53%의 지지를 얻어 45%에 그친 클린턴을 8% 포인트 앞섰다. 네바다의 가장 영향력 있는 유권자집단인 히스패닉의 표심이 샌더스에 쏠렸다는 의미다.
클린턴 캠프는 조사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0여 곳에 이르는 히스패닉 선거구에서 최소 10% 포인트 이상 이겼다는 게 힐러리 캠프 측의 설명이다. 닉 메릴 공보비서는 “모든 면에서 이 조사는 엉터리”라고 폄하했다.
조사를 수행한 조 렌스키는 “표본오차가 ±7%”라며 “샌더스의 우위는 오차범위 내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세 미만의 젊은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서 샌더스의 지지는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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