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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 초가지붕 얹던 날

입력
2016.02.22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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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북 예천 삼강주막에 초가지붕을 얹던 날, 볏짚을 한 움큼씩 좌우로 후려가며 용마름(지붕의 마루나 토담 위를 덮는 짚)을 트는 모습이 신기해 한참을 지켜봤다. 지붕에 올린 이엉을 펴가며 가장자리부터 꼭대기까지 엮어가는 기술도 쉽지는 않아 보였다. 초가지붕은 최소 2,3년에 한번씩은 갈아줘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고 비용도 만만찮아 이제는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다. 요즘은 아예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한 인공초가까지 등장해 진짜 초가지붕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할 사람 없으면 그만이지, 이까짓 게 무슨 기술이라고?”거칠어진 손으로 용마름을 마무리하는 어르신에게는 볏짚으로 지붕을 만드는 솜씨가 전혀 대수롭지 않은 듯했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거라고 했던가. 지혜와 경륜으로 쌓아진 전통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게 아쉽다.

여행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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