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상환액은 공제 못받아
취업 필수인 토익 학원비도 제외
“같은 대출인데 학자금은 안되고
주택 전세 대출만 혜택 이해 안 돼”
지난해 3수 끝에 공기업 입사에 성공한 권모(30)씨는 매달 50만원씩 학자금 대출금을 갚고 있다. 대학 시절 한국장학재단에서 빌린 ‘든든학자금’ 대출금 중 800만원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지난달 연말정산을 하면서 학자금 대출상환액도 교육비 공제 대상에 포함되는지 재단 측에 문의했다. 그러나 ‘소득공제 항목이 아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권씨는 21일 “2년차 직장인에게 지난 1년간 학자금 대출금으로 갚은 600만원은 적지 않은 돈인데 공제 받지 못해 속상하다”며 “같은 대출금인데 전세자금은 소득공제가 되고 학자금은 안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누구나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오면 세금을 토해낼까 걱정이 앞서기 마련. 하지만 사회 초년생들에게 ‘13월의 세금폭탄’은 특히 두려운 존재다. 인적공제 등 별다른 혜택도 없어 한 푼이라도 더 공제받으려 진땀을 흘리지만 정작 목돈이 들어간 학자금 대출 상환과 어학 교육비 등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요즘 각종 취업관련 카페에는 ‘비싼 등록금 대출받아 내고 스펙 쌓느라 허리가 휘었는데 취업해보니 교육비 인정이 안 된다’는 푸념이 줄을 잇고 있다.
학자금 대출, 토익 비용 늘어도 공제는 全無
취업 후 대출금을 갚는 방식의 정부 든든학자금 대상자는 시행 첫 해인 2010년 23만2,000여명(8,456억원 대출)에서 2014년엔 59만2,000명(1조7,358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만큼 학자금 대출금을 상환해도 교육비 공제를 받지 못하는 직장인이 점점 늘어난다는 뜻이다.
취업준비생 지출 항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익 등 어학 교육비도 연말정산 공제대상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연간 토익 시험 응시자는 2010년 이후 매년 200만명을 넘기고 있다. 또 지난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 국내 상위 83개 기업 중 토익이나 토익스피킹 점수를 활용하거나 제출토록 한 곳도 65곳(78%)에 이르는 등 취업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연말정산 소득세법 상 미취학 아동을 제외한 사람의 학원비는 교육비 공제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중견기업에 입사한 강모(28)씨는 “토익을 준비하느라 6개월간 쏟아 부은 학원비만 200만원이 넘는다”며 “기업들이 요구하니 취업준비생 중 토익을 한 번도 안본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운데 교육비를 공제 항목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개선책을 내놨지만 진전은 없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 4월 취업 후 학자금의 원금ㆍ이자를 상환할 때 특별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민간 금융기관 학자금 대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해당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형평성 고려해도 세법 유연 적용 필요
세무 당국은 세금 징수의 특수성을 이유로 학자금 대출과 어학 교육비의 공제 허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액 공제를 할 때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고 예외 사항만 인정하는 ‘열거주의’를 따른다”며 “학자금 대출 상환과 성인 학원비는 모두 세법에 없는 항목이어서 이를 인정할 경우 특혜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의 경우 수혜 대상이 계속 증가하는 만큼 세법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대출금 상환자 수가 많지 않고 연령층도 낮아 큰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점차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학 재학시 소득이 없어 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 상환할 때라도 교육비 항목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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