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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기술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6.02.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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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과제 산적…5년 내 비약적 발전 있을 듯

메르세데스-벤츠가 작년 도쿄 모터쇼에서 선보인 자율운전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 차량이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벗어나 개인의 휴식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메르세데스-벤츠가 작년 도쿄 모터쇼에서 선보인 자율운전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 차량이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벗어나 개인의 휴식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이르면 이달 말부터 경부ㆍ영동고속도로 수도권 일부 구간과 국도에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문구를 단 자동차를 볼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12일부터 자율주행자동차 임시운행 신청을 받고 있는데, 접수 후 20일 안에 주행 안전성 등을 평가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에서 시험주행을 한다고 하니 관련 기술개발 작업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1~2년 안에는 불가능하다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저 스스로 움직이는 수준의 주행이 아니라 ‘거의 완벽하게 안전한’ 주행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구글조차 미국 캘리포니아의 도로에서 14개월(2014년 9월~2015년 11월)간 시험주행을 하는 동안 안전 등의 문제로 341차례나 자율주행 기능이 해제됐다고 최근 밝혔다. 자율주행 기술의 실패가 감지돼 차량 스스로 수동 주행으로 전환한 게 272회, 사람이 위험을 감지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거나 스티어링휠을 돌린 것이 69회였다. 이 69회 중 13회는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경우였다.

투싼 자율주행자동차의 주행 모습. 현대차 제공
투싼 자율주행자동차의 주행 모습. 현대차 제공

자율주행차의 현주소를 경험하기 위해 19일 경기 화성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시험 차량은 현대차 투싼에 자율주행 장치를 얹어 개조한 모델이었다. 차량은 남양연구소 내 4㎞ 구간을 두 번 왕복하는 동안 제한속도(시속 40㎞)를 지키며 차선을 전혀 벗어나지 않았고 과속방지턱 앞에서 속도를 줄였다. 다른 차량이 앞으로 끼어드는 상황에서는 여유 있게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양보하기도 했다. 이 차량은 작년 5월부터 시험구간을 3,000㎞ 넘게 주행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사고도 내지 않았다.

스티어링휠과 가속 페달을 조작하지 않아도 자율주행차는 차로의 중앙을 지키며 끼어드는 차량에 양보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스티어링휠과 가속 페달을 조작하지 않아도 자율주행차는 차로의 중앙을 지키며 끼어드는 차량에 양보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이 정도면 일반 도로에서 주행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운전석에 앉은 김진학 남양연구소 지능형안전연구팀 책임연구원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10㎝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 가능한 정밀지도가 있어야 도로의 요철, 일부 훼손된 차선까지 가려낼 수 있다. 이 지도를 기반으로 위성항법장치(GPS), 카메라, 레이더, 센서 등이 차량의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판단해 차로를 유지하면서 주행하는 것이니 정밀지도는 기본 중의 기본인 셈이다.

정밀지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고 가정했을 때, 완성차 업체들의 현재 기술은 자율주행기술단계(0~4) 중 3단계까지 진화했다고 평가받는다. 0단계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하나도 적용되지 않은 차, 1단계는 차간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혹은 차선을 벗어나지 않기 위한 조향 보조 장치를 장착한 차량이 해당된다. 2단계는 조향과 가감속 제어가 통합된 운전자 보조시스템으로 제네시스 ‘EQ900’의 고속도로 주행보조시스템, 메르세데스-벤츠의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토요타의 세이프티 센스 등이 해당된다.

3단계는 차량이 고속도로 진출입, 차로 변경, 교차로 통과 등을 알아서 할 수 있는 단계인데 위험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개입해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토요타의 일부 차종들이 교통신호, 고속도로 요금소 등에 설치된 센서들과 교신하면서 이런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자율주행의 완성으로 볼 수 있는 4단계부터는 운전자가 거의 개입할 일이 없다. 보행자가 도로로 뛰어들거나 다른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 때도 차량 스스로 판단해 사고를 피하는 경지에 오르게 된다. 급정거를 하는 게 좋을지, 스티어링휠을 돌려 차선을 변경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고를 피할 수 없다면 충돌 충격을 줄이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 단계에 성공적으로 도달한 업체는 아직 없다. 토요타는 메사추세츠공대(MIT), 스탠포드대와 공동으로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5년 안에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랄프 헤르트위흐 다임러그룹 운전자보조 및 새시 시스템 총괄 엔지니어는 “우리는 자율주행 프로젝트에 수억유로(수천억원)를 투자하고 있고, 향후 5년간 자율주차를 비롯한 자율주행기능의 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사람도 차량으로 편하게 이동이 가능한 시대가 머지 않아 열릴 것이라는 얘기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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