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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법원이 신뢰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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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법원이 신뢰의 ‘열쇠’

입력
2016.0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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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임기 채우고 이례적 유임…“정보화시대, 절차적 신뢰성도 확보해야”

“법원장의 진심이 구성원 감동 만들고, 그 감동이 기적 낳는다고 생각”

강민구 부산지법원장. 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강민구 부산지법원장. 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강민구(58) 부산지법원장을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정보통신기술(ICT) 혁신 강연자, 예술법정 창작자, 스마트코트 전도사 등. 하지만 최근 화제는 부산지법원장 유임이다. 올해 법관인사에서 전국 9명의 법원장이 고등법원으로 돌아갔다. 대법원의 법원장 순환보직제와 임기제에 따라 법원장 임기 2년을 채운 인사들이 복귀한 것이다. 공식대로라면 창원지법원장으로 1년, 부산지법원장으로 1년을 보낸 강 법원장도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복귀해야 할 터. 그러나 대법원은 인사발령 당시 부산지법을 거론하며 “일반 국민에게 법원의 이해와 공감을 넓히려고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고 강 법원장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숱한 화제를 뿌린 강 법원장을 만나 그간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법원장 유임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아주 과분한 결과다. 지난해 부산법원 구성원들이 단결해 혁신을 이뤄냈고, 재판 실질에 있어서도 많은 성과를 거뒀다. 국민과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은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대법원의 공식적인 보도자료에 나오듯 시민과의 소통이 핵심이다. 재판결과의 공정성은 당연하지만 정보화시대에 절차적 신뢰성도 확보돼야 한다. 재판절차에 팽배한 사회적 불신은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00에서 1을 빼면 99가 아니라 ‘제로(0)’라고 생각한다. 100개를 잘해도 하나를 잘못하면 신뢰가 모두 사라진다.”

-시민과의 소통 방식이 궁금하다

“지난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코트(Smart Court) 사업의 일환인 공개강연이 인기를 끌었다.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경영혁신, 이석우 카카오톡 대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총 12개 강좌로 구성, 매주 1차례 IT, 경영, 예술,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질 높은 강연이 소개됐다. 이는 유튜브에도 업로드 돼있다.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고, 12회 강연 중 7회 이상 수강한 시민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경품도 나눠줬다. 이밖에 지역 로스쿨에 재판부가 직접 찾아가 실제 재판을 개최하는 ‘캠퍼스 열린 법정’, 재판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연고가 있거나 초청을 받은 학교의 강연 등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만난 시민들이 지난해 6,000여명 정도였다.”

-예술법정이라는 개념도 눈에 띈다

“창원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6월 국내 최초로 예술법정을 도입했다. 딱딱하고 무섭게 느껴지는 창문 없는 폐쇄형 법정을 개방적이고 화사한 법정으로 변모시켜 당사자와 대리인 모두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고자 했다. 이는 재판부 구성원에게도 ‘힐링’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종의 심리적 인프라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된 개념이다. 반응도 좋았다. 부산에서 예술법정 도입 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찬성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법관과 직원의 77% 이상, 민원인 65% 이상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술법정은 현재 본원과 지원 등 전국 11개 단위기관으로 확산됐다.”

-정보통신기술(ICT) 강연을 포함, ‘혁신’을 자주 언급하는데

“과거 한국형 법률DB인 ‘종합법률정보시스템’ 개발을 총괄, 전자소송 및 전자법정 기초 도입 등으로 IT와 법이 융합되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본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과 날로 변화하는 최신 정보를 지역 공공기관 구성원에게 강연으로 ‘왜 우리가 IT를 기반으로 혁신해야 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스마트코트도 법원 혁신의 일환이자 ‘재판 잘하기’ 수단이다. IT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재판과 사법행정의 효율성을 담보하고 성과를 높이자는 취지다. 정확히 파악한 바는 없지만 다른 법원 상당수도 스마트코트 개념을 대법원 지원 프로그램 등에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상시적인 정보공개가 법원 안팎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법원통신과 각종 판례 등 양질의 법적 자료를 변호사와 법무사 등 외부인에게도 전달하고 있다. 이는 법원 판결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서울중앙지법 판결이 뛰어난 것은 판사의 역량과 함께 변호사가 제출한 서면자료가 뛰어난 이유도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법원 내부 전산망에 공개되는 자료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개인정보와 보안사항을 제외한 양질의 자료를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법원 밖 법조인들과 법원 판결의 역량강화를 위해 양측에 모두 좋은 일이다. 자료를 받고 있는 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졸업 후 끊어진 지식의 탯줄이 다시 이어진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법원통신은 자투리 시간에 스마트폰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해 제작ㆍ배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3,600쪽 분량의 부산법원통신 4권, 창원법원통신 5권 등을 제작ㆍ배포한 것도 호평을 받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다시 1년을 시작하며 부임시점의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 최우선 목표는 ‘재판 잘하기’다. 이를 위해 스마트코트, 예술법원 사업도 그 성과를 계속 이어가는 한편 시민 소통사업도 충실히 할 계획이다. 구성원 모두가 ‘우리도 1등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통해 자율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법원장의 진심이 구성원의 감동을 만들고 그 감동이 기적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평소 지론인 ‘사랑과 정성’을 중심에 두고 솔선수범, 선공후사, 감성소통을 바탕으로 직원들의 자율적 업무수행을 유도해 나가겠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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