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나 보호자 동의 없이 문제 학생을 강제전학 조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강제전학은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교권침해를 이유로 강제전학을 시킬 법령은 없다는 이유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강제전학 당한 A군과 보호자가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장 추천전학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중학교 3학년인 A군은 지난해 6월 남의 물건을 훔치다 적발돼 수 차례 징계를 받았지만 이에 따르지 않고 교사들에게 폭언하는 등 교권을 침해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A군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에 대한 정상적 지도가 어려워 A군의 교육환경을 바꿔주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학교장 추천전학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학교는 2학기부터 다른 학교로 등교하라는 강제전학 결정을 내렸다. A군 아버지는 이에 불복해 서울시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교육당국은 이를 기각했고, 학교장은 이에 따라 A군을 인근 학교로 배정했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A군은 자신과 보호자 동의가 없는 강제전학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교육당국이 강제전학 근거로 든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은 추첨배정된 학교가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없을 때(통학이 어렵거나 체육특기자의 경우) 다른 학교를 지정ㆍ배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마련한 것이지, 학생과 학부모 의사에 반해 전학을 강제할 수 있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교권침해에 대한 징계로서 강제전학이 포함돼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가해 학생을 강제전학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학교폭력이 아닌 교권침해 학생에게 강제전학 조치하는 근거법령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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