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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얼빈을 겨울축제로만 떠올려서야

입력
2016.02.2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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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아시아 전역에 15년만의 한파가 닥쳤다. 대중 매체에서는 뜨거운 물을 공중에 뿌리자마자 얼음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겨울축제 영상을 수시로 보여주기도 했다.

하얼빈은 춥기로 유명한 곳이다. 10월의 추위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안중근의사는 우리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단죄하였다. 추운 날씨에도 풍찬노숙하며 의거를 준비하셨을 의사를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지난해는 광복 7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였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안중근의사와 같이 조국광복에 헌신하신 선열들의 위업을 돌아보고, 후손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관심이야말로 국가를 위해 희생 공헌하신 분들을 제대로 예우하고 존경하는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1세기 전 우리민족은 일본 제국주의에 주권을 빼앗기고 35년이라는 긴 세월을 식민국가의 백성으로 고통스럽게 살아야 했다. 그러나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조국광복에 헌신하신 선열들이 계셨기에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고,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운영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부국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조국 자주독립에 공헌한 공로로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현재까지 1만4,264명에 이른다. 이 중 현재 7,437가구 6만7,254명이 국가유공자와 유족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이 중 본인 및 배우자가 0.7%, 자녀 및 손자녀 등 후손이 99.3%이다.

독립유공자와 후손에 대한 보상은 1962년 제정된 ‘국가유공자 및 월남귀순자 특별원호법’에 따라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분들에게는 매월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 외에도, 의료 교육 취업 대부 복지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여 명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고 있다.

특히 독립유공자 본인의 경우 연세가 많으신 점을 고려하여 건강관리에 문제가 없도록 보훈병원과 위탁병원 무료진료 제도를 마련해놓고 있다. 또한 보훈섬김이 방문서비스, 노인요양시설?보훈휴양원 이용 등 고령화에 따른 노후복지 서비스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독립유공자 및 유족의 주거안정을 위해 아파트 특별공급을 실시하며, 주택구입이나 사업 등의 자금 마련에 최대 6,000만원까지 대부금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생활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생활조정수당을 지급하여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으며, 손자녀까지의 후손에게 대학 무료교육, 직업훈련, 가점취업, 취업알선, 보훈특별고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독립유공자 묘소 실태조사와 현지 묘소 단장, 유해봉환 등도 실시하며, 독립유공자의 활동지역인 중국 러시아 등에서 조국을 찾아 귀국하는 독립유공자 후손이 국내에 정착하는 경우에는 세대별 최고 7,000만원까지 영주귀국정착금을 지급하여 생활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었다. 이는 독립유공자에 대한 지원이 미흡했던 1960, 70년대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커짐에 따라 독립유공자와 후손에 대한 물질적 보상과 정신적 예우를 강화하여, 이제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보훈체계를 갖추고 있다. 독립유공자 3대까지 지원하는 전 방위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보훈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하여 아프리카의 앙골라는 우리나라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적극 요청하기도 하였다. 앞으로도 이런 제도적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여 조국광복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다하는 일에 더욱 정성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국권 회복에 헌신하신 선열들의 호국정신을 계승하여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켜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야말로 후손들의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주봉 국가보훈처 보상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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