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형기자
도경수는 올해로 스물넷이다.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영화 '순정'(24일 개봉)의 이은희 감독이 왜 그에게 열일곱살 범실 그 자체라고 했는지 알았다. "순수하지 않다"고 말하는 눈망울이 너무나도 '순수'했다. 싱그럽게 웃는 얼굴은 "풋풋함을 잃었다"는 말을 부정하게 했다. 아이돌그룹 엑소로 시작해 배우의 꿈을 갖고 당차게 돌진하는 모습도 영화 속 소년과 닮았다.
-영화 첫 주연이다.
"많이 아쉽다. 남도 사투리가 어색한 것 같다. 전라도 출신의 사람들이 보고 어떨지 모르겠다. 감정연기도 부족했다. 내 안에서는 100% 이해했는데 스크린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부분이 아쉽나.
"우산 키스신! 수옥이한테 '내가 널 지쳐줄게, 걱정마'라는 이야기를 안으로는 하고 있었는데 표정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표정이나 행동을 더 살렸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산 키스신은 정말 우산에 입을 맞췄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놀랐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대사도 없어서 부끄러울 것 같았다. 그런데 현장에 가니 범실에 몰입이 됐다. '순정'과 딱 맞는 키스신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입을 맞췄다면 영화 분위기가 달라졌다."
▲ 이호형기자
-영화가 참 순수하다.
"맞다. 엑소 멤버들은 필수로 관람해야 한다. 모두 순수함을 잃어서 영화보고 되찾아야 한다. 하하하. 영화 보시고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범실은 어떤 인물인가.
"감독이 날보고 '그냥 넌 범실이야'라고 하셨다. 싱크로율이 잘 맞는다고 했는데 모르겠다. 순수하고 풋풋하고 수줍은 모습들이 다르다. 나의 열일곱살을 생각나게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니다. 비슷한 점이 있다면 누구를 위해서 뭐든 하려는 남자다운 성격이다."
-1991년이라는 배경은 태어나기도 전이다.
"시대적 배경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 시절에도 사랑과 우정은 똑같다고 생각했다. 1991년의 소품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 그 당시 유행했던 노래, 과자봉지, 낡은 카세트테이프 등이 신기했다."
-수중촬영은 어렵지 않았나.
"그냥 물에 들어가 놀았다. 수영을 못해서 걱정했는데 물 위랑 물 속이랑 다르더라. 수달처럼 재미있게 놀면서 찍은 기억이 난다."
-실제 첫사랑은 어땠나. 순정남인가.
"첫사랑의 의미를 모르겠다. 지금까지 해본 사랑 중 가장 큰 사랑인가? 만약 그렇다면 슬프고 우울한 감정이 많다. 범실처럼 행복한 기억은 없다. 고등학생 땐 나름 순정남이었던 것 같다(웃음)."
-순정이란 뭘까.
"너무나도 큰 단어다. 잘 모르겠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 나이에 맞는 순정이 분명 있을 거다. 잘은 몰라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단어가 아닐까.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떻게 '순정'에 몰입했나.
"진짜 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나는 범실이고 친구들이랑 방학 때 놀러 온 거라고 주문을 걸었다. 자꾸 만들어내면 연기가 부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다. 친구들이랑 현장에서 놀았다."
-또래 중 맏형이라 친해지기 어렵진 않았나.
"전혀 아니다. 우리 다섯 모두 수줍음 많고 주뼛주뼛 하는 성격이 똑같다. 친구들 연기하는 것 보고 놀랐다. 막내 김소현까지 전부 연기 선배님들이다. 순발력이나 대사 톤이나 배울 점이 많아서 유심히 관찰했다."
-술을 많이 마셨다던데.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그런 자리를 즐긴다. 대화를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꺼려하지 않는다. 특히 연준석, 이다윗과 숙소를 같이 쓰면서 자기 전 맥주 한 캔씩 나눠 마셨다. 미성년자 (김)소현이는 제외다. 악에 절대로 끌어들일 수 없다."
-탐나는 캐릭터가 있었나.
"이다윗이 연기한 개덕에 끌린다. 재미있을 것 같다. 퍼마머리에 살을 찌워도 좋다. 아이돌은 멋있어야만 한다는 편견에 갇히기 싫다. 본인의 소임을 다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 아이돌치고 흔한 연기력 논란 한 번 없다. 타고난 것 같다.
"그렇게 봐주셔 감사하다. 사실 가수로서, 배우로서 두 분야 다 부족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만 욕심이 난다. 퍼포먼스나 연기나 상대방에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 같다. 그 감정들이 정확히 전달이 됐을 때 느끼는 희열이 있다. 두 분야 모두 열심히 하겠다."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악역을 하고 싶다. 영화 '레버넌트'를 봤는데 톰 하디 역할을 하고 싶다. 반전을 주고 싶다. 순하게 생겼다고들 얘기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빨리 경험해보고 싶다."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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