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공급, 공급규제 두고 평가 분분…수요자들만 혼란
요즘 주택시장은 대혼돈 그 자체입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2016년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막상 올해가 되자 급속도로 매수 심리는 얼어붙고 있고 시장을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우선 과잉공급에 대한 진단. 최근 세미나를 연 주택산업연구원은 “과거 시장 위축으로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작년부터 쏟아진 분양물량은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에서 소화가능 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토연구원이나 한국감정원 등 건설과 부동산 관련 연구기관들도 같은 입장입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송인호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주택시장을 공급과잉으로 규정했습니다. “작년 분양물량이 아파트만 49만가구로 추정되는데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지 않으면 준공후 미분양, 즉 악성미분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지요.
아파트 물량 공급 조절에 관해서도 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15일부터 미분양 우려 지역에 대한 분양보증 심사 강화에 들어갔습니다.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분양하려는 사업자는 파산에 대비해 분양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보증상품에 가입해야 합니다. 이 보증서 발급을 HUG가 독점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전국에 퍼져 있는 지사가 분양성과 세대수, 지역 등 여러 요건을 바탕으로 심사를 하면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사에서 1차 통과를 했어도 본사에서 ‘분양성’ 부분을 재검증 한 뒤 보증서를 내주겠다고 합니다. 작년 10월 3만가구 수준이던 미분양 물량이 불과 2개월 뒤 6만1,512가구로 두 배 가까이 늘자 조절에 들어간 것입니다.
대상은 미분양 주택이 500가구 이상인 지역 중 최근 3개월간 50% 이상 미분양 물량이 늘었거나 전년도 평균 미분양 주택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곳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인천 서구 ▦대구 달성군 ▦대전 유성구 ▦경기 평택ㆍ고양ㆍ남양주ㆍ용인ㆍ파주ㆍ김포ㆍ화성ㆍ광주 ▦충북 진천ㆍ충주 ▦충남 천안ㆍ아산ㆍ서산ㆍ부여ㆍ예산 ▦전남 나주 ▦경북 포항ㆍ경주ㆍ구미 ▦경남 거창 등 23곳이 후보지가 됐습니다.
2차 검증에서는 오로지 ‘분양성’ 하나만 집중 점검하기 때문에 시장, 특히 건설사들은 매우 강력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작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또 규제가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강 장관은 “HUG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일 뿐 정부 차원에서 규제강화나 공급을 막는 조치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이지요. 냉각되고 있는 시장에 자칫 영향을 줄까 봐 입장을 빠르게 내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수요자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승승장구하던, 아니 적어도 제자리는 유지했던 전국 아파트 값이 이번 주 마이너스(-0.01%)로 돌아섰습니다. 무려 86주 만입니다. 올 들어 청약시장에선 미달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주택 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지난달 거래량(6만2,365건)이 1년 전(7만9,320건)보다 21.4%나 감소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가 두루뭉술하게 “괜찮다”고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시기별로 이런 저런 변수가 있고, 어떤 측면에선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등으로 ‘세부적 신호’를 주는 것이 수요자들에게 더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래야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해당 주거지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얻을 수 있고, 매수 시기도 나름대로 계획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집을 사는 건 각자의 판단이고 선택이지만, 늘 그것에 강력한 영향을 준 것은 정부의 ‘입’(정책)이었으니까 말이죠.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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