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미래전략실만 남아…"본사 상징적 의미 약해져"
삼성전자가 '이사 날짜'를 확정했다.
22일 삼성에 따르면 서울 서초사옥 C동에 입주해 있던 삼성전자의 남은 인력은 다음 달 18일부터 사흘간 수원 영통구 디지털시티 본사로 모두 옮겨간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부터 약 8년간 이어온 '강남시대'를 끝내게 됐다.
삼성 서초사옥에는 대신 삼성생명·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들이 집결한다.
서초사옥은 1980년대 중반부터 기획된 삼성타운 프로젝트에 따라 2004~2007년 개발됐다.
삼성은 애초 강남구 도곡동 옛 공군 사격장 부지에 102층 규모의 마천루를 세우려 했으나 주민반대와 외환위기 등 복합적 요인이 발생하면서 계획을 접고 대신 강남역 인근에 32~44층 건물 3개동을 건립했다.
삼성전자는 이중 가장 높은 C동(44층)에 입주했다. 저층부에서 일하던 R&D(연구개발)·디자인 인력 5천여명은 이미 지난 연말 서초구 우면동 삼성 서울 R&D 캠퍼스로 이동했다.
남은 인력은 수원디지털시티로 들어가고 홍보 등 극히 일부 인력만 서울에 남는다.
홍보인력은 태평로(세종대로) 삼성본관으로 들어가거나 우면동 R&D 캠퍼스에 합류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7개팀)은 그대로 서초사옥에 남는다.
따라서 그룹 컨트롤타워와 삼성전자도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게 된다.
1969년 설립된 삼성전자는 1973년 수원에 본사를 둔 뒤로 본사는 줄곧 수원이었다. 하지만 경영지원인력이 서초사옥에 근무하고 매주 수요일 사장단회의가 열려 외부에 비칠 때는 서초사옥이 본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서초사옥 B동(32층)에 입주해 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다음 달 중순부터 판교 알파돔시티로 옮겨간다. 현재 기반시설 이전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약 900명 규모인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잠실 향군타워로 입주한다. 한때 태평로 삼성본관도 검토됐으나 결국 제3의 장소에 보금자리를 찾았다.
서초사옥 입주 이전까지 '삼성의 본사'로 상징적 역할을 해온 태평로 삼성본관(27층)에서도 이동이 진행된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인력이 용인 에버랜드 인근으로 이전하게 되고 일부 금융계열사 인력도 빠져나간다. 삼성본관 건물 주인은 삼성생명으로 현재 입주한 삼성증권은 지난 연말 삼성생명과 임차계약을 1년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삼성본관 옆 삼성생명 본사빌딩(28층)은 최근 부영에 매각됐다.
태평로에는 태평로빌딩, 삼성본관, 삼성생명 본사빌딩이 나란히 들어서 삼성타운 역할을 해왔는데 생명 본사빌딩 매각으로 '타운으로서의 기능'은 없어지게 됐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사무실 배치의 전반적인 기조는 수원, 기흥, 화성, 아산·탕정 등 연구개발 또는 제조의 중심지에 본사가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예전처럼 태평로·서초 삼성타운과 같은 본사로서의 상징적 의미는 크게 약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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