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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드 배치’ 中 협상 활용 시사…. 韓과 미묘한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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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드 배치’ 中 협상 활용 시사…. 韓과 미묘한 시각차

입력
2016.02.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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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7일 현지 PBS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독자적인 대북 압박 차원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같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두고 한국 미국 중국간 복잡한 밀고 당기기 게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블링큰 부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사드 배치 추진 논지는 우리 정부가 견지해온 입장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그는 대북 제재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자신들의 대북 지렛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사드 배치 같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블링큰 부장관은 그런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좋아하지 않는 것”이란 표현도 사용했다. 이 같은 조치에는 사드 배치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8일 최종 서명한 대북제재법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대북제재법 역시 직접적으로는 북한을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과 은행까지 제재할 수 있어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짙다.

물론 블링큰 부장관이 사드가 대북 억제력 차원이라고 언급한 것은 우리 정부와 같은 입장이지만, 사드 배치 추진을 중국의 태도와 연계시킨 점이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사드 배치를 두고 연일 수위를 높이는 중국의 반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사드는 중국과 상관 없이 우리 안보 필요성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다른 응답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응답은 달리 보면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한다면 사드를 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미중 협상의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사드 배치’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정황이 엿보이고 있다. 블링큰 부장관은 지난달 대북 제재 논의를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기에 앞서 “미국이 가진 모든 지렛대를 활용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중국에 전달할 것”이라며 “이런 조치 중 일부는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PBS 인터뷰에서 비슷한 표현을 구사하며 사드를 언급한 것을 보면 실제 협상에서 사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당국자도 “미중 간 사드 논의가 있다는 것은 맞다”며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미간 사드 배치 공동실무단 구성이 지연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7일 사드 배치 협의를 전격 발표했지만, 12일이 지나도록 공동실무단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동실무단 첫 회의가 다음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실무단 구성을 위한 약정 체결이 지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지 선정과 비용 부담 등을 두고 한미 양국의 이해가 엇갈리는 데다 중국과의 외교적 조율 문제 등이 겹쳐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동실무단이 구성되더라도 사드 배치 논의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한미가 사드 배치를 대중국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협상을 여러 단계로 세분화하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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