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의 벽은 너무도 높았다. 하지만 이제 막 돋아난 싹이기에 관심과 애정을 주고 잘 가꾼다면 2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탐스럽고 화려한 꽃으로의 만개(滿開)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의 두 번째 테스트이벤트인 2016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ㆍ스노보드 월드컵대회 슬로프스타일 예선전이 모두 끝이 났다.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강원 평창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프리스타일 스키ㆍ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예선전에서 거둔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그 자체만으로는 참담했다. 출전 선수 8명 모두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스키 슬로프스타일 남자부 예선에서 천호영(20)은 49명 가운데 한국 선수로는 가장 높은 36위를 기록했다. 이어 이정우(22) 38위, 박건태(28) 40위, 이경민(23) 41위, 임태양(16) 42위로 뒤를 이었다. 여자부에서는 관심을 모았던 미국 입양아 출신 한국 국가대표 이미현(22)이 발뒤꿈치 타박상으로 예선전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 역시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남자부의 윤진수(19)는 경기 도중 스노보드가 부러지는 불운으로 35명 가운데 34위에 머물렀다. 여자부의 정지혜(30)는 출전 선수 26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 남녀 선수들 모두 국제 무대 결선에 오르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번 대회 성적은 중요치 않았다. 그래서 최하위권의 성적표를 받아 든 한국 선수 어느 누구도 좌절하는 기색은 없었다. 생애 처음 FIS 월드컵에 출전한 천호영은 경기 후 “만족하기 어렵지만 유명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그래도 큰 점프대에서 경기를 해봤으니 다음 올림픽에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2년 뒤를 기약했다. 윤진수는 “착지 과정에서 스노보드가 부러져 아쉽다”면서 “그래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며 많은 것을 배운 대회였다”고 말했다.
사실 이들은 그 동안 연습도 힘들게 이어왔다. 국내에서 연습할 공간마저 없어 여름에는 에어매트 위에서 점프 연습을 했고 겨울에는 사비를 털어 일본 등에서 실전 감각을 키웠다. 비용 문제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선수들은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 그래서 이번에 열린 월드컵대회와 같은 정식 규격의 대회 코스가 낯설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한국 선수들은 경기 결과 보다 뛰어난 시설을 갖춘 국내 경기장에서 연습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대회 최연소 출전 선수인 임태양은 “그 동안 한국에는 이런 시설이 없었다. 이런 시설이 생기고 유지된다면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총출동한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한 선수들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천호영은 “올림픽은 말 그대로 꿈의 무대인 만큼 평창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죽을 만큼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날 끝난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남자부 예선에서는 팬 서비스 차원에서 상의를 벗어 던진 채 설원을 누빈 브랜든 데이비스(미국)가 91.75점, 여자부는 크리스티 프라이어(뉴질랜드)가 90.00점을 받아 각각 1위로 21일 열리는 결선에 진출했다.
평창=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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