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딸 새벽까지 공부시키다 ‘가정불화’
법원 "자녀고통에 가족갈등… 이혼사유 해당"
배우자의 지나친 교육열로 자녀가 고통을 겪고 그로 인해 가정불화가 생긴다면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김태우 판사는 A(44)씨가 아내 B(42)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이혼을 허가하고 딸 C(11)양의 친권자로 아버지 A씨를 최근 지정했다.
A씨는 C양이 태어난 이듬해인 2006년 회사 근무지가 지방으로 이전되면서 주말부부로 지내다가 2011년 회사가 다시 서울로 옮겨지자 가족과 함께 살면서 B씨의 교육방식을 접하고 갈등을 겪었다. A씨는 딸을 새벽까지 공부시키지 말라는 자신에게 B씨가 욕설과 함께 폭력을 행사하는 등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소송을 냈다.
반면 B씨는 A씨 주장이 사실과 다르며 교육관 차이를 이유로 이혼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경쟁사회에서 자녀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은 부모의 의무인데도 A씨가 오히려 자녀를 방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아내와의 대화 녹취파일 등을 근거로 A씨의 주장 상당 부분을 사실로 인정했다. B씨는 우는 C양을 새벽 3~4시까지 재우지 않고 공부를 시키고 “학교에서 죽도록 맞아봐, 돌대가리야” 등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정규수업 이후 서너 가지의 학습지 공부를 시키면서 피아노ㆍ수영ㆍ태권도 학원도 다니게 했다. A씨 또한 B씨로부터 A씨 가족의 학력이 낮다면서 무시하거나 경멸하는 발언을 자주 들으면서 갈등이 증폭됐고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김 판사는 “C양은 과도한 교육을 상당히 힘들어 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부부 간의 양육 및 교육관은 전혀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B씨의 모욕적 언사로 A씨가 상당한 상처를 입고 각방생활까지 하고 있는데도 B씨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A씨와 B씨간의 혼인관계는 파탄되었다고 할 것이고 A씨 책임이 B씨의 책임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양육문제 및 개선 가능성, C양과의 친밀도 등을 고려했을 때 C양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아버지 A씨를 지정하는 것이 C양의 성장과 복리를 위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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