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사형수가 되기까지... 동생이 써내려간 파멸의 가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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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사형수가 되기까지... 동생이 써내려간 파멸의 가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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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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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의 동생인 마이클 길모어는 나쁜 혈통의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내면의 쟁투를 벌였다. 가족사와 얼굴을 맞댄 용기는 그 쟁투의 일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누가 이 남자를 괴물로 만들었는가?

마이클 길모어 지음·이빈 옮김

박하 발행·703쪽·1만8,000원

‘롤링스톤스’ 편집장을 지낸 대중음악 평론가 마이클 길모어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의 동생이기도 하다. ‘사형수의 동생’이라는 딱지 뒤에 ‘답게’가 아닌 ‘이기도’라는 보조사를 붙이기 위해 생 자체가 부단한 투쟁의 여로였을 것임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나쁜 피’에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절망과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 사이의 결투로 점철된 생애가 어쩌면 이 가족사를 쓰도록 추동했을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 그 시점을 꼭 찾고 싶다. 우리 가족의 파멸, 특히 게리의 파멸이 잉태된 시점을.”

청소년기 이래 생의 절반을 감옥 담장 안에서 보낸 저자의 형 게리 길모어는 1976년 가석방 상태에서 두 명의 남자를 살해한 죄로 사형을 선고 받는다. 당시 10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던 미국 사회에 “나의 사형을 집행하라”고 요구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길모어는 사형대에 서서 “자, 시작합시다(Let’s do it)”라고 말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나이키의 저 유명한 광고 슬로건이 여기서 나왔을 뿐 아니라 노먼 메일러의 퓰리처상 수상작 ‘사형집행인의 노래’를 낳은 사건이기도 하다.

“우리 집안의 어두운 비밀과 좌절된 희망의 덫이, 어떤 식으로 나의 형 게리에게 전해져서 그의 살해 충동을 만들어냈는지 보여줄 것”이라는 의도로 형의 사형집행 15년 후 마침내 쓰여진 ‘내 심장을 향해 쏴라’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LA타임스 올해의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번역으로 일본에 소개됐다. 한국에서는 2001년 번역됐다 절판돼 고가의 중고서적으로 거래되던 책이다.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였던 이들 네 형제의 부모는 자비와 용서를 모르는 가혹한 존재들이었다. 폭력과 학대가 난무했고, 증조부모 대부터 내려오는 유령과 주술에 깊게 물든 공포소설과도 같은 분위기가 가족들을 짓눌렀다. 어머니는 언젠가 “내 자식들이 악마에 물들지 않고 자라는 게 이 어미의 소망이다”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린 적도 있다.

부모가 남발했던 애정과 학대의 엇갈린 화살표들은 네 형제를 갈라놓았다. 소년원에서 형 게리를 담당했던 의사는 “게리는 가족, 특히 아버지로부터 거부당했다는 느낌을 갖고 있으며, 아버지로부터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아왔다”고 기록에 남겼지만, 산후우울증으로 아기였던 저자를 베개로 질식시키려다 아버지에게 매질을 당했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게리를 때리고 제 자식이 아닌 것처럼 박대할수록, 그리고 학교 당국이나 사법 당국이 게리에게 심한 형벌을 가할수록, 게리가 자신의 특별한 아들, 자신이 가장 사랑해야 할 자식이라고 더 강한 애착을 보였다”.

유일하게 아버지로부터 사랑 받은 어린 막내였던 저자는 형들의 사랑을 갈구했지만 미움 받고 배척당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암으로 죽자 사랑 받았던 아들인 저자는 유일하게 단 한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 된다. 어머니와 다른 형제들은 너무도 고통스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왜? “어쩌면 그들이 눈물을 흘린 이유는 아버지가 그 긴 세월 동안 베풀지 않았던 사랑에 대한 서러움, 이제 화해의 기회를 영영 상실했다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째서 게리만 살인범이 된 걸까?’ 하는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어머니는 “나는 프랭크와 게리를 똑같이 키웠어요. 그런데 한 아이는 총을 잡았고, 다른 아이는 그러지 않았죠. 왜일까요?” 울며 묻는다. 하지만 프랭크가 살인하지 않았다고 해서 큰 상처를 받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상에는 온갖 죽음의 방식이 있다.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않고 홀로 죽는 사람도 있다. 그건 물론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원 따위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게리가 사형 집행 전 마지막 남긴 말은 저자를 아찔하게 한다. 제 생명이 총에 맞아 흩어지기 전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아버지란 존재는 늘 남아 있겠지.” 게리를 포함한 네 형제는 모두 결혼해 가정을 이루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도 가정을 이뤄 자식을 낳고 싶다는 절실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우리 가족에게 일어났던 끔찍한 일들은 우리 대에서 끝이 나야 하는데, 자식을 가진다는 건 그 파멸을 영속시키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 파멸을 완전히 없애버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다.…그들은 혈통을 이어가기 전에 자신을 끝장내버림으로써, 혈통을 단절시켰다.” 저자는 책의 한 장을 마태복음 10장 36절의 말씀으로 인용한다. “사람의 원수는 그 가족이리니.”

박선영기자 aurev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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