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선출 과정에서 학교 측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이 ‘총학 재선거를 하면 4월 총선과 맞물려 운동권 후보가 출마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는 게 선관위 관계자 설명이나, 학교 측은 해명을 회피했다.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 당시 자연과학캠퍼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정현(26ㆍ생명공학대학 4년)씨는 1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교 측이 총학생회장 재선거 당선 무효 결정을 취소하라고 압박한 데 이어 위원장 직 사퇴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항의 차원에서 15일부터 수원 캠퍼스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제48대 총학 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선거에는 비운동권 출신인 ‘스윙’과 ‘에스크유’ 두 선거운동본부가 출마했으나 양측 모두 선거 과정에서 세칙을 3번 어겨 11월 선거는 무효가 선언됐다. 그 해 12월 재선거가 진행돼 ‘스윙’이 당선됐지만 이 역시 개표 이튿날 선관위에 ‘스윙 선본이 인준 받지 않은 홍보물을 돌렸다’는 이의 제기가 들어와 세칙 3회 위반을 이유로 당선 무효 결정이 내려졌다.
문제는 그 직후 불거졌다. 이씨는 “학생처 관계자들은 지난해 12월 수원에 있는 자연대 선관위원들을 서울로 두 차례 불러 ‘재선거는 안 된다’는 주장을 12시간 동안 반복했다”며 “일부 관계자가 ‘3월에 다시 재선거를 실시하면 4월 총선과 맞물려 운동권 출신이 선거에 나올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성대 총학 선관위 선거 시행세칙 22조는 ‘학내 모든 단체 및 개인은 선거 관련 내용으로 선관위를 간섭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학교 측이 이를 어겼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또 “학교 측은 선관위가 당선 무효 결정을 번복하지 않자 지난 13일 스윙 선본이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잡음에 공식 사과하고, 선관위도 스윙 당선을 인정한 뒤 사퇴할 것을 재차 종용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씨는 14일 위원장 직을 사퇴했고, 현재 스윙은 선관위 동의 없이 사실상 학생회 업무를 보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어떤 학생처 직원은 선관위가 제안을 계속 거부하자 ‘졸업하고 싶지 않느냐. 오래 보자’ 식의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각종 문제 제기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특별히 해명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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