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우리 학교 취학 통지서가 발부되기 전에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아이가 죽은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시 우리가 제대로 조치를 취했다 하더라도 아이의 사망을 막을 순 없었을 것이다.”
친모의 학대 끝에 목숨을 잃고 암매장된 채 발견돼 또다시 충격을 준 김모(사망 당시 7세)양. 김양이 입학할 예정이었던 서울 동작구 초등학교 교감은 지난 16일 학교의 초동대처 상황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학대사망 아동의 행적을 취재하는 과정 중 가장 절망스러울 때는 희생아동을 학대의 손길로부터 구조할 일선 책임자들이 이처럼 안이한 인식을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다. 취재결과 김양을 구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있었다. 첫번째 실수는 2011년 1월 서울 강남구로부터 김양의 전입신고를 접수한 서울 동작구 주민센터가 저질렀다. 규정은“주민센터는 전입신고 받은 취학아동에 대해 지체 없이 취학 명부에 등재하라”고 명시돼 있지만, 주민센터는 그 해 취학 명부에 김양의 이름을 등재하지 않았다. 그 해 12월 뒤늦게 취학명부에 올렸지만 그 때까지 김양은 당국의 관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고 친모의 손에 희생됐다. 일찌감치 취학 명부에만 등재됐다면 취학통지서가 발송됐을 것이고, 아이가 나오지 않았으면 학교는 김양의 소재를 찾아나섰을 터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아이가 희생됐지만 주민센터측은 반성보다는“전입신고가 됐다고 자동으로 취학명부에 올리는 것이 아니고 학부모가 요구해야 취학명부에 올려주는 게 관행”이라는 말로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학교도 무신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12년에는 취학명부에 등재됐지만, 학교에 나오지 않는 김양에 대해 학교는 규정을 무시하고 취학독려를 하지 않았다. 해명을 요구하자 초등학교 교감은 “퇴임한 당시 업무 담당자가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고만 되풀이했다. 비록 사망한 뒤였지만 김양의 소재를 찾을 기회는 이렇게 또 무산됐다. 시스템 보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조그마한 학대의심이 들어도 ‘내 아이의 일’이라고 여길 수 있는 일선 관계자들의 경각심이다. 우리 사회에서 ‘잊혀진 아이’는 김양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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