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AS로마와의 경기 전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레알 마드리드)가 ‘원정 경기에서 골이 없다’라는 질문에 “나보다 원정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은 선수를 한 명만 말해보라. 없지 않은가?” 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순간 옆에 앉아있던 지네딘 지단(46) 감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단 감독은 그러나 보란 듯 호날두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호날두는 ‘호날두’다운 골을 넣으며 지단의 믿음에 보답했다.
1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 경기장에서 펼쳐진 UEFA 챔스리그 AS로마전에서 호날두는 카림 벤제마(29), 하메스 로드리게스(25)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을 이끌었다. 호날두는 라파엘 베니테즈(56)감독 재임 시절의 악몽에서 완벽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베니테즈 감독 밑에서 호날두는 최고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베니테즈 감독을 표면적으로 지지하긴 했지만 감독과 잘 동화된 느낌은 아니었다. 베니테즈의 가레스 베일(27) 중용과 호날두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기용에 따른 부진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지단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다시 호날두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골 장면은 호날두의 왼쪽 측면에서 시작됐다. 마르셀루(28)의 패스를 이어받은 호날두는 뒷발로 공을 돌려세웠고 감각적인 오른발 슛을 시도했다. 공은 호날두를 수비하던 알렉산드로 플로렌치(25)의 발에 굴절되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호날두’다운 골 다음에 이어진 세리머니 역시 인상적이었다. 호날두는 자신의 고유 세리머니 ‘호우’ 세리머니를 하는 대신에, 지단 감독을 가리키며 곧장 달려가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이전 베니테즈 감독 시절에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원정 부진 논란을 스스로 종식시킨 호날두의 활약에 힘입어 레알 마드리드는 AS로마를 2-0으로 눌렀다. 원정 2골 잇점과 함께 팀의 챔스리그 8강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단 감독은 자신의 첫 챔스리그 지휘를 승리로 장식함과 동시에 에이스 호날두의 자존심까지 회복시켰다.
박기수 인턴기자(한국외대 스페인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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