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가격 질서 확립” 명목
전체 유통 채널로 경쟁 확대
지난해 매출 430% 오른 쿠팡 등
급성장한 전자상거래 업체 정조준
온라인 인기 상품 기저귀 첫 대상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온ㆍ오프라인 국내 전체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최저가 전쟁’에 나섰다. 최근 급성장중인 온라인 기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 이탈을 막고, 시장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가격 전쟁’의 선봉에는 국내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를 내세웠다.
이마트는 대형마트끼리 벌여온 기존 경쟁의 틀에서 벗어나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등 전체 유통 채널로 가격 경쟁을 확대키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첫 상품으로 온라인 대표 인기 상품인 기저귀를 선정, 이날부터 온ㆍ오프라인 전체 최저가 판매에 들어갔다. 해당 상품은 하기스 매직팬티 박스형(대형 92개 2만8,500원ㆍ특대형 76개 2만9,600원)과 마미포코 360핏 팬티 박스형(대형 72개 1만8,500원ㆍ특대형 54개 1만7,200원)으로, 이마트 매장과 이마트몰에서 동일한 가격에 판매된다. 이마트는 경쟁 대형마트에 비해 최대 35% 싸고,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업체들에 비해서도 최대 15% 가량 저렴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가격 책정을 위해 지난 달부터 대형마트인 롯데마트, 홈플러스, 온라인몰인 GS샵, CJ몰, 현대H몰, 전자상거래업체인 쿠팡, 티몬, 위메프 등 8개 온ㆍ오프라인 유통업체 제품에 대한 가격 조사를 진행했다. 이마트는 이후에도 이들 업체의 가격 동향을 1주일 간격으로 모니터링해 연중 상시 최저가격으로 판매할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소규모 한정 수량을 최저가에 파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해 가격 질서를 흔드는 관행을 개선하고, 정상적인 가격 경쟁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1주일 판매분으로 각각 5만여개의 해당 상품을 준비한 이마트는 일시적인 품절에 대비해 ‘품절제로보상제’도 운영할 예정이다. 물건이 동나 상품을 구매하지 못할 경우, 나중에라도 행사 가격에 살 수 있도록 구매를 보증해 주는 제도다.
이마트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웠지만 내부에서 커지고 있는 위기 의식이 이번 ‘가격 전쟁’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이마트 매출은 2014년 (12조4,046억원) 대비 약 3% 증가한 12조8,336억원으로 정체 양상을 보였다. 반면 전자상거래 대표 업체인 쿠팡의 2015년 매출은 전년(3,485억원)대비 무려 430% 가량 급증한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쿠팡은 전체 매출 규모에선 아직 이마트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지만 성장률 측면에선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쿠팡이 ‘최저가’와 ‘로켓배송’을 앞세워 기저귀 판매를 급속히 늘리는 동안 이마트의 기저귀 매출은 26.3%나 줄어들었다. 때문에 이마트측은 “이번 기저귀 제품의 최저가 판매는 사실상 전자상거래 업체를 정조준 한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이마트의 유통 전 채널 최저가 선언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가격 파괴를 계기로 이마트의 가격 신뢰도를 더욱 높이는 한편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더욱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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