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올 1월 수출이 6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한 가운데, 마이너스 금리정책에 따른 일본 금융시장의 당혹감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경제학 상식’을 깨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현실화하면서 자금운용에 저항감을 느끼거나 금융시장 기능약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18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전날 금융기관 간 단기자금에서 마이너스금리거래가 성립했지만 거래규모는 대폭 감소했다. 현재 금융사들은 고객의 이해를 구하는 게 어렵다고 일제히 하소연하는 중이다. 주로 금융기관들에 돈을 빌려주면서 자금을 운용했던 보험사들은 “마이너스금리 체제에서 운용은 고객 이해를 얻기 힘들다. 자금운용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할 상황이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은행 등의 기존시스템이 마이너스금리에 쉽게 대응할 수 없는 점은 골칫거리다.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했을 경우 시스템이 부족해 사후에 직원이 일일이 손으로 관련업무를 입력해야 할 수도 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29일 마이너스금리 도입을 발표한 뒤 실시일인 16일까지 변화에 대응할 여유가 없었던 점도 작용했다. 채권시장도 장기금리가 크게 흔들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금리의 적정수준 판단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금리가 속속 하락하면서 일반 가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저축성이 높아 퇴직금 수령자 등에 인기가 높은 일시불 종신보험상품을 접는 보험사가 나오고 있다. 장기금리 하락으로 운용수익을 내기 힘들어지면서 계약자에게 약속한 이율을 이행하기 쉽지 않은 게 이유다. 후코쿠(富國)생명보험은 일시불 종신보험상품 중 영업직원이 직접 판매하는 분량에 한해 이달 말부터 취급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다이요(太陽)생명보험은 일시불 종신보험상품의 약속수익률을 4월부터 낮추기로 하는 한편,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이이치(第一)생명보험도 자회사가 취급하는 일시불 종신보험 판매를 일부 중단했다.
이 때문인지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일반 서민들이 돈 맡길 데가 마땅치 않아 가정용 금고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TV아사히가 전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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