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8일 ‘명동 사채왕’ 최진호(62ㆍ수감 중)씨로부터 수억 원의 금품을 받아 기소된 최민호(44·사진) 전 수원지법 판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6,864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 전 판사가 최씨로부터 사과 및 친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한 1억원에 대해 원심과 달리 공무와 관련된 청탁의 대가에 해당돼 유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여서 형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 전 판사는 숙부를 통해 알게 된 최씨로부터 “형사사건 수사 및 재판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9년 2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수 차례에 걸쳐 총 2억6,864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 됐다.
앞서 1심은 최 전 판사가 받은 금액 전체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년에 추징금 2억6,864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최 전 판사가 받은 돈 가운데 2011년 12월~2012년 1월 받은 1억원에 대해 “최 전 판사가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수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다른 사람과의 금전문제로 분쟁을 겪던 최씨가 최 전 판사와의 친분을 과시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원에 최 전 판사에 대한 진정이 제기되자 사과의 뜻과 함께 1억원을 준 것이었다는 최 전 판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향후 최씨의 형사사건 알선을 청탁하는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다는 사정을 최 전 판사가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인정된다”며 “(1억원은) 사과의 의미뿐 아니라 공무원 직무에 관한 알선대가로서의 성질도 결합돼 있으므로 그 전부가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최 전 판사는 금품수수의 직접적 계기가 된 진정사건이 곧 사기혐의로 형사사건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며 “단순한 사과나 개인적 친분교류 명목으로 보기에 1억원은 지나치게 큰 액수”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한국일보 보도 여파로 지난해 2월 최 전 판사가 구속기소 되자 역대 최고인 정직 1년의 중징계를 내린 뒤 최 전 판사의 사표를 수리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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