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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몰랐나?!] 안거(安居) 중 외출하면 쫓겨나나요?

입력
2016.02.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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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 해제를 나흘 앞둔 18일 충북 충주 금봉산 자락에 위치한 석종사 금봉선원에서 선원장 혜국(가운데 맨 앞) 스님이 100여명의 재가자들과 수행 정진하고 있다. 충주=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동안거 해제를 나흘 앞둔 18일 충북 충주 금봉산 자락에 위치한 석종사 금봉선원에서 선원장 혜국(가운데 맨 앞) 스님이 100여명의 재가자들과 수행 정진하고 있다. 충주=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불교에서 안거(安居)는 출가자들이 외출을 금하고 한 곳에 모여 수행하는 제도다. 겨울 3개월간 행하는 동안거(冬安居)와 여름 3개월간 행하는 하안거(夏安居)가 있다. 각 본산 사찰별로 진행되고, 종단 소임 등 보직을 맡아 활동하는 등 경우에 따라 참여하지 않기도 한다. 즉 의무 및 강제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승려들 사이에서는 몇 안거를 났느냐를 수행이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중시한다. 안거 중에는 전혀 선원 밖으로 나갈 수 없을까, 안거 수행자의 하루 일과는 무엇일까, 안거는 언제 왜 시작됐을까 등 궁금한 것들을 전국 조계종 사찰의 선원(禪院) 수행자들의 생활규칙 및 수행지침서인 ‘선원청규(禪院淸規)’를 토대로 풀어본다.

-안거는 어디서 유래했나요

“인도에서 우기에 수행자들이 폭풍우를 만나고 초목, 벌레 등을 살상하며 비난을 받게 돼 여름에 외출을 금지하고 수행을 하기 시작한 것이 기원입니다.”

-안거 동안 외출은 절대 금지인가요

“원칙적으로 안거 중에는 출입을 금합니다. 마음을 다잡아 수행에 전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할 경우 선원장의 허가를 받아 외출 할 수 있습니다. 통상 은사, 사형제(師兄弟ㆍ같은 스승의 제자), 부모형제 등이 숨졌을 경우 장례 및 49재에 참여하기 위해서 등의 용무가 공식 규범에서 허용하는 대표적 외출 사유입니다.”

-안거 중에는 오로지 참선만 해야 하나요

“안거 중에는 각 출가자가 맡은 소임을 다하는 것도 수행의 중요 과정으로 봅니다. 안거 결제(시작) 전날 저녁 전원이 큰방에 모여 소임을 구성합니다. 소임은 지위, 자격, 수행이력 등에 따라 나뉩니다. 소임은 방장(총괄수장), 수좌(대중의 수장), 선덕(수행원로), 유나(수행 독려, 지도), 선원장(수행 정진의 관리감독), 선현(선원 대소사 지도), 입승(입선 시 죽비를 치고 이끄는 등 대중 지도), 명등(도량 내 모든 등을 관리), 노전(예불, 불공 등 의식을 집전), 지객(손님, 객승 접대를 담당), 서기(일체 기록물 담당), 화대(냉난방 책임), 산감(경내지 산림 보호 관리), 원두(유휴지 활용 채소 생산), 종두(예불, 법회 시 대종 치기를 담당), 소지(도량 청소 담당), 공사(밥을 지음), 채공(반찬을 만듦) 등 약45가지로 매우 다양하게 세분돼있습니다.”

-안거 동안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새벽 3시에 기상해 기도하는 새벽예불 후 선방에서 참선하며 정진합니다. 오전에는 도량을 청소한 뒤 8~11시 참선하며 정진하고, 사시예불, 점심공양, 오후정진, 저녁 정진 등의 일정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오 이후에는 음료 이외에 음식을 일절 먹지 않는 ‘오후불식’, 묵언 수행 등 개별 규율을 엄격히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거는 스님이면 누구나 할 수 있나요

“특정 선원에서 안거하기 위해서는 해당 선원의 입방 자격을 충족해야 합니다. 조계종 사찰 선원의 경우 통상 ▦살생, 절도, 음행, 깨달음을 얻었다는 거짓말 등을 한 경우(승려 자격을 잃게 되는 네 가지 사바라이(四波羅夷)죄) ▦국가의 법을 어려 형량이 끝나지 않은 자 ▦ 성정이 포악해 주변을 두렵게 하는 자 등의 안거를 불허합니다. 수행하기로 해 놓고 무단으로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3년 동안 입방을 신청할 수 없습니다.”

-좌선 중에는 절대 움직여선 안 되나요

“좌선은 정해진 자세, 즉 한쪽 다리를 구부려 반대쪽 허벅지 깊숙이 올리고 반대쪽 다리를 그 위에 올려놓는 결가부좌 자세를 원칙으로 하나 경우에 따라 반가부좌로 할 수 있고, 졸음이 쏟아질 때는 제자리에 일어나 정신을 맑게 해도 됩니다.”

-안거하면 무엇을 깨닫나요

“충북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은 ‘안거는 과연 내가 중생의 아픔을 얼마나 같이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내 번뇌망상을 다스리는 노력을 하는 시간이라는 겁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생기는 욕망을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내가 욕망을 잘 이끌고 있는가 끌려가는가 등의 화두를 곱씹어봅니다. 한국 불교 간화선에서는 완전한 고요 속에 스스로 고요함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를 지향합니다. 물론 3개월간의 수행에도 ‘참된 나’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혜국 스님은 ‘평생 안거를 살았지만 스스로 흡족하지 않다’며 깨달음의 어려움을 말했습니다.”

충주=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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