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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하늘이 대세를 부정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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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하늘이 대세를 부정하는 까닭

입력
2016.02.1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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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형기자

누가 뭐래도 병신년(丙申年)은 강하늘의 해다. tvN 예능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로 대중을 만났고, 영화 '동주'와 '좋아해줘'는 17일 동시 개봉했다. MBC 예능 '라디오스타'도 출연하고, 한류 드라마 '보보경심:려' 촬영도 들어갔다. 두 달이 채 흐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활동이 알차다. 부정할 수 없는 대세지만, 강하늘은 "정말 있는 듯 없는 듯 편하게 연기하고 싶다"며 대세 수식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오래 가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연초부터 바쁘다.

"'동주'끝나고 3개월 푹 쉬고 '좋아해줘'를 촬영했다. 이렇게 겹칠 줄은 몰랐다. 동시에 작품을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지금은 '보보경심:려' 촬영에 들어갔다. 이후 계획은 없다."

-'동주'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윤동주 시인을 연기할 수 있다는 기쁨이 컸다. 하지만 촬영이 다가오면서 정말 숨고 싶었다. 잠도 못 잤다. 중압감에 힘들었다."

-생각보다 윤동주 시인이 평범하더라.

"그래서 좋았다. 내 스스로 윤동주 시인은 위대하다는 틀을 정해놨던 것 같다. 처음 대본을 보고 놀랐다. 윤동주 시인도 나와 같이 열등감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비슷한 점이 있나.

"윤동주 시인이 자아성찰적인 작품을 많이 썼다.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비판한다. 일종의 자기사랑이다. 나도 내 자신을 사랑하는지 멀리 떨어져 보려고 하고, 내가 하는 일들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반성한다. 윤동주 시인과 나의 접점은 그 부분에 있었다."

▲ 이호형기자

-죽은 모습도 연기했다.

"안치소에 누워있었다. 상대배우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끔 있어야 했다. 경건한 마음이었다. 또 연기하면서 아버지가 옆에서 울고 있다는 사실이 울컥하기도 했다.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

-형무소에서의 장면도 인상적이다. 일제강점기의 시대를 어떻게 몰입했나.

"흑백이라 그렇지 사실은 굉장히 예뻤다(웃음). 영화라는 건 시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일종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작품을 하건 시대를 파고들고자 하진 않았다. 인물의 감정에 충실했다. 이번엔 윤동주와 송몽규와의 관계 속에서의 열등감, 둘의 우정에 대해 느끼려 했다."

-로맨스도 소화를 잘한다.

"그렇게 봐주셔 감사하다. '스물'이나 '좋아해줘'에서의 모습들은 그런 시기(청춘)를 겪고 있어서다. 그러나 모태솔로도 아니고 숙맥도 아니다.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택했는데 공교롭게도 숙맥 캐릭터가 많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바람둥이보다 숙맥이 차라리 어울린다."

-'좋아해줘'에서 청각장애를 연기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청각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목소리 톤이 높고, 문을 쾅 닫거나 물건을 소리 나게 툭 내려놓는다. 이런 디테일을 살려서 찍어도 봤는데 안 되겠더라. 로맨스 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색깔에 맞게 영화적 허용 안에서 연기했다."

-소리가 멈추며 화면이 돌아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제안했다. 청각장애의 입장을 잠시나마 스크린에 옮겼다. 사실 그 상황은 일반인이어도 도망가고 싶은 순간일 거다. 비밀을 뜻하지 않게 들켰고, 그때의 마음은 괜찮지 않을 테니까."

-이솜과의 호흡은 어땠나.

"왜 '솜블리'(이솜+러블리)라고 하는지 알았다. 촬영하며 이솜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많이 의지했다. 동갑이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음악이나 영화 취향도 잘 맞는다. '레버넌트'를 보고 서로 카톡으로 감상평도 나누는 편한 사이가 됐다."

-실제 이상형이 궁금하다.

"전에 연예인 안 만나겠다는 말을 했는데, 댓글에 '만나는지 아닌지 두고 보자'고 써있었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공부하는 사람이 이상형이다.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면 좋겠다. 내가 공부를 못해봐서 공부하는 분이면 좋겠다. 연애하면서 외국어도 배우면 좋고. 하하. 또 둘 다 연예인인 것보다 한 사람만 연예인이면 덜 주목 받을 것 같다."

-대세라서 주목을 많이 받을 텐데.

"그 단어가 참 부담스럽다. 날 대세로 인정하지 않는 분들에겐 일종의 언어폭력 아닌가. 그냥 조용히 편안하게 가고 싶다. 예전에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 이호형기자

-착한사람 증후군이 있나.

"실없는 사람처럼 웃으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아니다. 해코지 하는 사람들을 넓은 포용력으로 껴안고, 어느 장소건 분위기를 쾌활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상처주지 않게 거절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되자는 거다."

-한정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할 수 있는 것들도 많고, 또 하고자 한다면 어디든 길이 있다고 믿는다. 좋은 사람이라는 꿈이 배우로서 한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건 아니니까. 좋은 배우는 러닝타임 2시간을 빛내고, 좋은 사람은 나머지 22시간을 빛낸다고 믿는다. "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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