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재선임하지 않기로 했다. 이 위원장과 2년 가까이 대립한 끝에 취한 조치여서 보복 인사설이 파다하고, 영화계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당초 25일로 예정된 부산영화제 정기총회를 부산시가 잠정 보류하는 방식으로 이 위원장을 사실상 해촉한 것은 2014년 제19회 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을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었던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당시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이빙벨’을 상영했는데 이 때문에 미운 털이 박혔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이 위원장에게 집요한 압박이 가해진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감사원이 나서서 조직위를 감사하고 이 위원장 고발을 요구했다. 부산시는 부산시대로 이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하다가 여의치 않자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영화계 인사들이 최근 서 시장과 만나 우려를 표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위원장 해촉을 보복성 인사로 보아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이 위원장이 수사를 받고 있어 재선임이 부적절한 것은 물론, 그가 2007년부터 9년 동안이나 위원장을 맡아 와서 부산영화제의 변화와 혁신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외에는 칸 영화제의 티에리 프리모, 베를린영화제의 디터 코슬릭 등 이 위원장보다 더 오래 집행위원장을 맡은 사람도 많다. 영화제의 안정적 운영과 해외 인맥 구축 등을 위해 두드러진 잘못이 없는 한 집행위원장이 오래 일하게 하는 게 유수 영화제의 관례다.
이 위원장의 해촉으로 당장에는 영화계가 술렁거리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부산영화제에 미칠 영향이다. 일부 영화 수입사는 벌써부터 10월에 열릴 제21회 영화제 때 상영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최근 열린 로테르담영화제에서는 해외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 지지 의사를 공개 표명하기도 했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칸ㆍ베를린ㆍ베네치아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필적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번 일로 흔들린다면 부산시의 책임이 그만큼 크다.
문화계에는 수년 전부터 정부가 영화계와 문학계를 좌파가 장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막전에서 몇몇 작품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시에서 빠졌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특정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이 우수 문학작품 선정의 기준으로 제시되는 등에 따라 정치 개입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의혹만 보태리라는 점에서도 이 위원장 해촉은 피하는 게 나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