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교육청이 이르면 이번 주 중 대전 예지중ㆍ고 ‘갑질 교장’에 대한 조치에 나선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마련한 처분 방침에는 재학생들이 요구한 이사진 전원 사퇴 등 만족할 만한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여 반발이 예상된다.
17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실시한 예지중ㆍ고 박모 교장 등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처분 방침을 세웠다. 특별감사는 지난 달 19일부터 29일까지 실시했다.
시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박 교장의 갑질 행패를 파악했다. 박 교장이 교사들에게 특정 은행에서 대출을 받도록 강요하고, 대출받은 돈을 학교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명절 인사를 명목으로 한 떡값 요구가 있었던 것도 드러났다. 학교 운영 부분도 점검해 일부 문제점을 인지했다.
시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일단 박 교장을 해임 처분하기로 했다. 또 갑질 사태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교장ㆍ이사장 겸임도 금지키로 했다. 교사들의 개인정보 무단 사용에 대해선 경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처분이 미흡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박 교장은 해임되더라도 학교 운영을 쥐락펴락할 가능성이 크다. 박 교장이 이사장을 겸임하다 보니 교육청의 처분을 받아들이더라도 이사장직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장ㆍ교장 겸임 금지도 교육청이 예지재단의 정관 등에 제도적으로 못박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바뀔 여지가 남아있다. 시교육청이 2012년 겸임 금지키로 해놓고, 2015년 이를 번복한 사례는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시교육청은 박 교장이 학교 발전기금 명목으로 교사들에게 대출을 강요하고, 대출금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받은 것에 대해선 처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시교육청은 미온적인 조치라는 비난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발전기금을 개인 계좌로 받은 것 자체가 횡령 등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어느 정도 정리해 처분 방침을 거의 세운 상태”라며 “조만간 처분과 함께 학교 정상화를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예지중ㆍ고 정상화추진위 관계자는 “박 교장은 이사장직도 내놓고 떠나야 하고, 이사진도 모두 바꿔야 한다”며 “드러난 문제점은 물론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조치해 학교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교장이 학교에 남으면 재학생들이 믿고 따를 수 없다. 만족스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교육청이나 학교 모두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지중ㆍ고 한 재학생은 “학교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선 교육청의 적극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가 나오면 박 교장과 교육청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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