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등 주요 산유국 동참 불투명
세계 양대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카타르 등 4개국이 16일 원유 생산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지만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예상(감산)과 달리 생산량 동결로 기대에 못 미친 결과가 나왔고, 이란 등 주요 산유국의 동참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원유 생산량 동결합의 소식이 전해진 17일 오전 10시5분(한국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시장 종가보다 0.37% 떨어진 배럴당 29.33달러에, 북해산 브렌트유는 3.62% 하락한 배럴당 32.18달러에 거래되며 하락세로 출발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로는 이번 합의 결과가 원유 생산량 감산이 아닌 동결에 그쳤다는 점이 꼽힌다. 애초 러시아, 사우디, 베네수엘라, 카타르 4개국 회담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감산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4개국은 지난달 11일 생산 수준으로 산유량을 동결하겠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시장은 실망에 휩싸였다.
다른 산유국들이 동참 의사를 밝히지 않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사우디와 정치적 앙숙 관계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다섯 번째로 큰 원유 수출국인 이란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올해 1월 서방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 원유 수출길이 트인 이란으로서는 굳이 원유 생산량을 줄일 이유가 없다. 외신들은 “사우디가 지난달 시아파 종교지도자를 처형한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란으로서는 사우디와 협조할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부 장관은 4개국 합의 발표 이후 사나 통신에 “(이란은) 원유 시장 점유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원유시장이 수급 균형을 되찾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원유 수요가 하루 160만 배럴씩 늘어났지만, 올해는 수요 상승폭이 120만 배럴에 그칠 전망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유가가 저점 인지 아직 시장은 확신이 없다”면서 “다만 비(非)OPEC 회원국들이 감산 노력에 동참할 의사를 보여 지금 보다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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