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북미 최대 튜닝 전시회인 세마(SEMA) 쇼가 열렸다. 52회를 맞이한 세마 쇼에는 튜닝카만 2.500대가 전시되고, 4.000개의 부품업체와 관계자만 참석하는 독특한 전시회다. 그런데도 120여 개국 14만명이 참관해 성황을 이루었다. 이렇게 튜닝산업에 세계가 관심을 두는 이유는 완성차의 30%가 넘는 100조원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데다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시장의 약 40%를 미국이 점유하고 유럽과 아시아가 나머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튜닝의 성공사례는 AMG를 빼놓을 수 없다. 벤츠가 튜닝사업에 소극적이자 엔지니어 두 사람이 나와서 AMG를 창업했다. 벤츠 300SEL을 420마력으로 튜닝 시켜 자동차 경주대회를 휩쓸자 그때부터 다임러가 관심을 두고 투자하면서 지금의 벤츠-AMG가 탄생했다. AMG는 전담생산제도를 통해서 한 사람이 한 대의 엔진을 온전히 완성한다. 여기에 자기 이름을 새기게 해 엔지니어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런 차별화는 AMG만의 마니아층을 탄탄하게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도 매년 국내 최대 튜닝 쇼인 '서울오토살롱'이 열린다. 그런데 공동주최 측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개막식 행사도 생략할 정도로 튜닝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관심이 미미하다. 그러니 완성차 업체가 참석할 리 만무하다.
기술은 좋은데 참가비가 없어서 전시를 못 하는 열악한 환경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튜닝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 부족과 지원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의 '도쿄오토살롱'은 완성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의 지원으로 성황을 이룬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신규수요의 정체로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튜닝산업은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자동차 구매연령이 30~40대로 낮아지고 평범한 스포츠카를 구매하느니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튜닝카를 선호하는 마니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튜닝은 정비가 아니라 고객이 요구하는 감성을 손으로 담아내는 '예술행위'다. 그리고 로봇이나 자동화가 감히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러한 실핏줄 같은 뿌리기술이 역할만 잘 해주면 튜닝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분명한 명분이 된다.
튜닝산업의 경쟁력은 '희소성'이다. 고객 개인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자동차는 대량생산 방식에서는 가치를 구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섬세함을 지닌 튜닝업체가 자본력과 마케팅을 갖춘 완성차 업체와 협업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기술력은 갖추었으나 자본이 영세한 튜닝업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여 체계적이고 청결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무엇보다 시급하다. 튜닝산업은 자동차 산업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 김홍근은 호서대학교 부교수(창업보육 센터장)이자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드림텍 대표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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