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기를 조작해 표시된 양보다 기름이 적게 들어가도록 하는 방법으로 1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주유소 대표 등 수십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유기를 조작해 정량보다 3~5% 기름이 적게 주유되도록 한 혐의(사기 등)로 서울과 수도권 일대 주유소 업체 대표 이모(45)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주유소 관계자 3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주유량 변조프로그램인 감량기를 주유기에 설치해 330억원 상당의 기름을 판매하면서 실제로는 정량보다 적은 양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빼돌린 기름은 100만리터로, 이를 통해 주유소들이 취한 부당이득은 13억원에 달한다.
조사결과 이들은 변조프로그램 개발ㆍ유통책으로부터 대당 200만~300만원씩을 주고 프로그램이 담긴 메인보드를 구입한 뒤 주유기 키패드에 암호를 입력하는 식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특히 미리 설정해 놓은 특정 명령어를 누르지 않으면 주유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돼 단속을 피하기도 했다. 또 주유기 전원을 순간적으로 껐다 켰을 경우 주유량이 정상치로 돌아가도록 하거나, 한국석유관리원의 단속차량으로 보이는 차량을 발견하면 서로 아는 업주끼리 차량 번호를 공유하며 적발을 피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자신이 근무했던 주유기 제조업체에서 주유기 부품을 빼돌린 전 직원 김모(37)씨 등 2명도 감량기 수사 과정에서 적발돼 구속됐다. 김씨는 같은 회사 출신의 계량시스템 업체 대표 석모(44)씨와 메인보드 등 주유기 부품을 빼돌려 국내외 주유업체에 판매하고 3억6,000만원의 이익을 남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김씨 등은 단순 부품 절도 외에 주유 감량기 개발ㆍ유통에 관해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변조프로그램 개발ㆍ유통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 중이며, 주유 감량기 유통책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석유관리원과 공조해 불법 주유소, 변조프로그램 개발 및 유통업자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며 “주유 시 주유량이 적게 느껴지거나 인근 주유소보다 턱없이 싼 주유소에 대해선 경찰이나 한국석유관리원(1588-5166)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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