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30대 그룹 소속 대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지난 1년 새 대표를 교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위기상황 속에 주요 대기업들이 검증된 이들에게 지휘봉을 맡긴 채 안정경영을 지향한 결과로 풀이된다. 퇴임한 대표자들도 대부분 3년 이상의 임기를 마쳐 인사 변동폭이 매우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270개 계열사 359명의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2015~2016년 이사 선임 안건을 분석한 결과, 100명(27.9%)이 교체됐다. 퇴임한 이들의 임기는 평균 3.4년이었다. 상법상 대표이사 임기가 2~3년인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기본 임기 이상을 채운 셈이다. 퇴임자들의 평균 나이는 58.9세, 신규 선임된 대표이사 연령은 56.9세였다.
3분의 1에 육박하는 9개 그룹은 계열사 대표이사를 단 한 명도 교체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한진, 효성 등 20개 그룹이 대표이사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3분의 2 이상 유임시켰다. 반면 포스코, LS 등은 절반 넘게 교체했다. 이번 조사에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영은 제외했다.
그룹별로는 대표이사가 1명인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면 포스코, LS 등이 대표이사 절반 이상을 바꿔 교체율이 높게 나타났다. 포스코는 지난 1년간 대표이사 61.5%를 교체해 변동폭이 가장 컸다. 12개 계열사 대표이사 13명 중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엔지니어링, 포스코플랜텍, 포스코엠텍, 포스코켐텍, 포스코강판, 포스코기술투자 등에서 8명의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LS그룹은 교체율 50%로 뒤를 이었다. 16명의 대표이사 중 LS전선, 가온전선, LS엠트론 등에서 8명의 새 얼굴이 등장했다. 신세계(45.5%), GS(44.4%), SK(39.0%), 삼성(37.0%), 한화(36.8%), KT(36.4%) 등의 교체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반면 20개 그룹은 대표이사를 3분의 2 이상 유임시키거나 교체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은 계열사 8곳의 대표이사 13명을 교체 없이 그대로 유지했다. 한진(10명), 효성·동부(8명), KCC·현대(4명), 동국제강(3명), 대우건설·S-Oil(1명) 등의 대표이사들도 모두 자리를 지켰다.
11개 그룹은 3분의 2 이상 유임시켰다. OCI는 계열사 8곳의 대표이사 14명 중 단 1명(7.0%)만 교체했다. 미래에셋도 8명 중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만 교체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7명 중 1명(14.3%)만 교체했다.
롯데는 25명 중 4명(16.0%), 금호아시아나는 6명 중 1명(16.7%)을 신규 선임해 교체율이 10%대에 불과했다. 현대차(20.0%), 대림(25.0%), CJ(29.4%), LG(31.6%), 두산·영풍(33.3%) 등이 3분의 2 이상 유임시켜 경영 안정을 기했다.
퇴임 대표이사 100명은 대부분 기본 임기 이상을 채웠다. OCI의 퇴임자 임기가 7년으로 가장 길었고 GS(5.9년), LG(5.4년), 두산(4.9년), 한화(4.4년), LS(4.4년), 금호아시아나(4.0년) 등 평균 4년 이상 재임한 그룹이 7곳이나 됐다.
대림(3.9년), 신세계(3.3년), 대우조선해양(3.2년), 롯데(3.0년)도 3년 이상이었다. 반면 삼성(2.9년), 현대차(2.8년), 현대중공업(2.7년), SK(2.6년), KT(2.6년), 미래에셋(2.5년)은 3년 미만으로 평균보다 짧았다. CJ(1.9년), 포스코(1.8년), 영풍(0.5년)은 2년을 채우지 못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