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희/사진=KPGA 제공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대상에 빛나는 '퍼팅의 달인' 이태희(32ㆍOK저축은행)가 혹독한 겨울나기에 한창이다.
2013년 그린 적중 시 평균퍼팅 1.728개로 전체 1위에 오를 만큼 KPGA 코리언 투어에서 퍼팅을 가장 잘 하는 선수 중 한 명인 그가 과감히 퍼터 교체를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이태희는 2011년부터 5년 동안 롱 퍼터의 한 종류인 길이 43.5인치 밸리퍼터를 써왔다. 퍼트가 너무 안 돼 고민하며 방법을 찾다가 밸리퍼터로 바꿔 지난해까지 쏠쏠한 재미를 봤다.
그러나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필두로 올 시즌부터 배나 가슴에 고정시켜 스트로크하는 이른바 '앵커드 퍼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련 변화 앞에 이태희는 밸리퍼터를 내려놓고 일반형 퍼터를 꺼내 들었다.
변경된 규정에 따라 피나는 연습과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이태희는 "밸리퍼터나 일반 퍼터나 기본은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일반 퍼터를 안 써본 것도 아니지만 오랜만에 사용하기 때문에 빠른 적응을 위해 그린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 완벽하다는 느낌은 없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욕심은 내려놓았다. 그는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바람은 있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우선 퍼터를 바꿨기 때문에 적응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차분하게 준비를 잘 하겠다"고 새 시즌 각오를 다졌다.
앵커링 논란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0ㆍ미국)가 롱퍼터 사용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2012년부터 불거졌다는 점에서 피하지 못할 세계적인 추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즈는 "퍼팅은 상체와 클럽을 조화롭게 컨트롤하는 것이지 아예 몸에 대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후 롱퍼터 금지는 2013년 말에 확정됐다. 2년 동안 유예 기간을 거쳐 2016년 1월1일부터 적용됐다.
이태희뿐 아니라 세계의 내로라 하는 유명 골퍼들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비제이 싱(53·피지) 애덤 스콧(43·호주) 맷 쿠차(38·미국) 등이 대표적이다. 롱 퍼터를 가슴에 고정시켜 퍼팅하던 스콧은 지난해부터 짧은 퍼터로 바꿔 집게 그립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싱은 왼손을 오른손보다 퍼터 그립 아래쪽으로 내려 잡아 일명 역그립으로 통하는 '크로스핸디드'에다 오른손 집게발 그립까지 결합한 파격적인 형태로 변화를 꾀했다. 배꼽 부분에 샤프트를 대고 퍼팅하던 쿠차는 퍼터 길이는 줄이지 않고 샤프트를 팔뚝에 고정하고 스트로크하는 방식으로 바꿔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샤프트를 팔뚝에 대는 것은 앵커링에 해당하지 않는다.
<p style="margin-left: 20pt">이렇듯 결과적으로 볼 때 퍼팅 연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이태희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변해야 산다면 빠를수록 좋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