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다 한 발 앞선 동작구의 ‘보육교사 기 살리기’ 실험
보육교사의 통합공개채용ㆍ승진ㆍ전보 체계 전국 처음 도입
서울 동작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한 채용과 승진 및 전보 체계를 도입하고, 해외연수를 추진하는 등 처우개선에 나선다.
같은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교육청 소속의 유치원교사에 비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보육교사의 신분을 자치구가 직접 보장해 보육의 질을 높이자는 것으로, 보육환경 개선의 새로운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동작구는 관내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한 독자적인 처우개선안을 마련해 다음달부터 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우선 보육교사 채용은 관내 육아종합지원센터장 등 7명으로 구성된 보육교직원채용위원회에서 통합 공개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구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채용에 투명한 선정 절차를 도입하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양질의 인력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동작구를 비롯한 전국의 보육교사는 각 어린이집에서 별도 채용한다. 때문에 원장과의 이해관계 등에 따라 채용여부가 결정되거나, 원장 비리에 보육교사가 입을 다무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채용방식 변화와 함께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직급체계도 새롭게 도입된다.
직급체계가 도입되면 앞으로 구 관내 보육교사는 주임교사-선임교사-원장 순으로 승진할 수 있으며, 승진에 따른 직급수당(주임 8만원, 선임 12만원)도 새롭게 받는다.
승진 최소 근무연수는 보육교사 3년, 주임ㆍ선임교사는 5년이다.
구는 “아예 직급 없이 1~30호봉으로만 나뉘는 타 지역 보육교사와 달리 앞으로 관내 보육교사들은 승진에 따른 임금인상 외 동아리활동비(30만원)도 지원받게 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올해 보육교사 1호봉 월지급액(처우개선비 미포함)은 약 156만원이다.
채용 및 승진제도와 별도로 전보 체계가 도입돼 보육교사들의 관내 어린이집 순환보직도 추진한다. 순환보직으로 보육교사는 어린이집간 근무여건을 비교할 수 있고, 어린이집은 잦은 이직으로 인한 교사채용 부담을 덜게 된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올해 16명의 전보 발령 대상자 중 한 명인 보육교사 최모(26)씨는 “순환보직은 장기적으로 보육교사가 (원장 등을 상대로)자기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단체가 정부ㆍ광역단체에 한 발 앞서 ‘당찬 실험’에 나선 것은 보육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 없이는 보육의 질이 나아질 수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맞벌이 증가 등으로 보육교사 등 대리양육자의 필요성은 날로 커지는데, 그에 걸맞은 대우 없이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기관의 2014년 아동학대 가해자 통계에 따르면 보육교사와 유치원교사 등 대리양육자의 가해 비율은 9.9%로 부모(81.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구 관계자는 “보육교사 처우개선은 관내 어린이집 243곳 가운데 구립 어린이집 41곳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된 후 차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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