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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철심 투성이...그래도 희망은 살아있다

입력
2016.0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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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나사렛대 졸업식에 참석한 김현승씨는 “내 삶에 시련은 있지만 좌절은 없다”며 “전공을 살려 장애인을 위한 재능기부도 꾸준히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16일 나사렛대 졸업식에 참석한 김현승씨는 “내 삶에 시련은 있지만 좌절은 없다”며 “전공을 살려 장애인을 위한 재능기부도 꾸준히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희귀병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대학 졸업에 이어 취업까지 성공했네요. 감내하기 힘들었던 시련에 정면으로 맞선 지난 시간들이 이제서야 희망으로 피어난거잖아요. 그저 감사할 뿐이죠”

16일 오전 11시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 졸업식장.

이날 전동휠체어를 타고 졸업식에 참석한 멀티미디어학과 김현승(33)씨는 연신 흘러내리는 학사모를 고쳐 쓰며 기쁨의 눈물을 닦아냈다.

김씨는 가볍게 부딪혀도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 몸으로 태어난 그는 성장하면서 잦은 골절상을 입어 지금까지 30여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허벅지와 양팔, 척추에는 손가락 크기의 철심이 7개나 박혀있다. 온몸은 수술흉터가 가득하고, X-레이 사진을 찍으면 철심이 파편처럼 나타난다.

이 때문에 혼자서는 서지도 걷지도 못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움직일 수 있다. 전동휠체어 없는 외출은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성공,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는 김씨는 이날 꿈 같았던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눈물을 흘렸다.

그는 두 살 때부터 잦은 골절 때문에 수술을 받아왔다. 유년기에는 몰랐지만 성장하면서 수술 때마다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에 떨었다. 약해진 종아리와 허벅지, 척추, 양팔에 박힌 철심은 몸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안타까운 상황은 김씨 혼자만이 아니었다.

두 살 아래 동생도 자신과 똑 같은 병을 앓고 있다. 짜장면집을 운영하던 부모는 두 아들의 병원비를 대다 지쳐 문을 닫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세가 급격히 기울고 건강까지 나빠져 지금은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외출이 불가능한 김씨는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인 13살에 재택교육으로 초등학교과정을 이수했다. 중학과정도 3년간 일주일에 이틀, 2시간씩 재택교육으로 마치고 2007년 인문고교에 입학했다.

고교를 무사히 마친 그는 장애를 극복하고 취업을 해서 부모님을 돕기 위해 공무원시험에 도전했다. 하지만 5년간 실패를 거듭하며 좌절에 빠졌다.

실의에 잠겨있던 김씨가 대학진학에 도전한 것은 자신이 공무원시험을 보는 동안 동생이 나사렛대 경영학과에 입학, 국가장학금과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으며 졸업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2012년 28세에 멀티미디어학과에 지원해 당당히 합격했다.

그러나 학교생활은 쉽지 않았다. 비장애학생들과 경쟁해야 했고 바람불면 날아 갈듯한 마른 몸, 허약한 체력, 심리적 불안감 등 자신과의 싸움이 공부보다 더 힘들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책과 컴퓨터에 매달린 그는 1학년 전체 수석 등 상위권 성적으로 4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교내 외 경진대회와 공모전 등 무려 6개의 상을 휩쓸었다.

또한 창업동아리에서 팀장을 맡으며 ‘휠체어 정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고 Lin&Co 이미지연구소 SNS 자문, 아디다스 코리아 장애인 친화 쇼핑 공간 만들기 워크샵 자문 등 대외활동도 펼쳤다.

김씨는 졸업과 동시에 재단법인 ‘행복한웹앤미디어’에 정규직으로 취업,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는다.

김씨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기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며 “전공을 살려 장애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바일 어플 등을 개발해 그들을 위한 재능기부를 꾸준히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신민규 나사렛대 총장은 “장애와 아픈 몸에도 졸업과 취업을 거머쥐며 ‘인간승리’의 성과를 보여준 김현승씨의 앞날이 기대된다”며 “제2, 제3의 인간승리가 나올 수 있도록 장애인 학습환경을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준호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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