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붕괴까지 거론하며 국정 연설을 한 날 중국은 오히려 김정일 생일과 업적을 기리며 북중 우호를 강조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우리는 김정일 동지가 생전에 북중 우호 협력 관계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공헌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북한에 사절을 보냈느냐’는 질문에 “2월 16일은 북한의 전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탄생 기념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훙 대변인은 또 “우리는 양국 인민간의 전통적 우의를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중 우의를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8일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생일 축전을 보냈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퉁명스레 대답했던 상황과도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을 감싸고 돌기로 한 것 아니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중국 매체들도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북한 당정군의 간부들이 평양 금수산 태양궁을 참배하는 등 각종 기념 행사들이 이어졌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한미일이 강력하고 실효적인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 결의를 추진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로 사실상 중국을 압박하자 중국이 북중 우호를 강조, 한미일이 원하는 북한의 붕괴를 중국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고 난리가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더군다나 이날은 박 대통령이 북한의 붕괴를 경고하며 초강경 국정 연설을 한 날이어서 중국이 사실상 박 대통령의 대북 초강경책에 대한 우려와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국정 연설에서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 ‘북한 정권의 핵 개발은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북한측을 자극했다. 중국은 박 대통령의 국정 연설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한반도 긴장이 더 고조될 것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특히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결국 정권이 와해될 것’이란 박 대통령의 언급을 제목으로 달았다. ‘핵 무기는 북한 정권의 붕괴를 재촉할 뿐’이란 내용을 부각시킨 기사도 많았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에 대한 중국의 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외교가에서는 박 대통령 연설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중국은 사드가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란 박 대통령이 설명에도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판공실 주임을 지낸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사드가 도입되면 이후 미국의 동북아 공격 방어 체계 전체 플랫폼이 들어올 것”이라며 “사드와 이 플랫폼이 합쳐지면 미국은 훨씬 큰 공격 방어 겸용 플랫폼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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