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작사자가 누군지를 두고 학계 격론이 벌어졌다. 1907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안익태(1906~1965) 작곡의 애국가는 약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작사자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1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애국가 작사자 규명-안창호인가? 윤치호인가?’ 토론회에서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는 친일파 윤치호(1865~1945)를, 안용환 서울신학대 한국사 초빙교수는 독립투사 안창호(1878~1938)를 작사자로 지목해 격론을 벌였다.
김 이사는 ▦애국가 작사자는 윤치호라고 밝힌 일제강점기 신문, 총독부 기록, 미주 간행물, 광복 직후 공보처 기록 ▦윤치호가 1945년 1월 작고 직전 애국가 가사 4절을 붓으로 쓰고 ‘1907년 윤치호 작’이라고 적은 사실 ▦현 애국가와 후렴이 동일한 ‘무궁화가’의 작사자가 윤치호라는 것을 아펜젤러와 서재필이 확인한 점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반면 안 교수는 안창호 작사설을 주장하며 ▦‘애국창가집’에서 안창호가 작사한 ‘권학가’ 제목 밑에 ‘무궁화가와 한 곡조’라고 주석이 달린 점 ▦‘권학가’에 사용된 어구가 ‘무궁화가’에 등장하는 것 ▦안창호 딸인 안수산 커디, 이광수 딸인 이정화 등의 증언을 근거로 제시했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해 3월 같은 주제의 토론회를 연 바 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논쟁 이후 안 교수가 새 사료를 발견함에 따라 열렸다. 애국가와 후렴이 동일한 ‘무궁화가’가 작사자 미상으로 되어 있었으나, 안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안창호 친필의 또 다른 무궁화가, 무궁화 ‘무궁화 二’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안창호가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새로 발견된 무궁화 二는‘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 대한만세’ 등 현재의 애국가와 가사가 거의 같다.
이밖에 배재학당 졸업식 때 부른 무궁화가와 협성회 무궁화가를 도산이 지어 배재학당에 넘겼다는 주장도 새롭게 제기됐다. 이 두 곡의 애국가 가사와 비슷하다. 새 주장에 대해서는 학계 검증이 필요한 상태다. 자유토론에서 김 이사는 “도산이 (무궁화가를)지었다면 김구가 일명이라 썼겠느냐?”며 반박했다.
유석성 서울신학대 총장은 “1955년 4월 당시 문교부가 주관해 국사편찬위원회 산하에 ‘애국가 작사자 조사위원회’를 구성 조사했으나 작사 미상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이 토론회가 우리 역사의 미완의 과제인 애국가 작사가가 확정되는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김다은 인턴기자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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