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는데 방해된다며 생후 26개월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던 20대 남성이 파기환송심에서 폭행치사죄가 인정됐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부장 정용달)는 16일 살인과 사체 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24)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폭행치사와 사체유기, 아동복지법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가정 불화로 아내와 별거 중이던 정씨는 2014년 3월7일 오후 2시쯤 자신이 살던 경북 구미시 자신의 집에서 게임에 빠져 PC방에 가려던 중 아들이 잠을 자지 않고 보챈다는 이유로 아들 배를 때리고,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뒤 방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씨는 1심에선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전기와 난방이 끊긴 상태에서 아동이 돌연사 등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살인 부분을 무죄로 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폭행 치사나 상해 치사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환송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폭행치사 혐의가 인정돼 징역 8년으로 형량이 높아졌다.
검찰은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한 혐의 대신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명치 부분을 3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공소 내용을 바꿨지만 이날 살인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는 나이 어린 피해자가 상당한 기간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 속에 감내하기 어려운 극심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던 점 등을 볼 때 피고인 책임은 매우 무겁다”고 형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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